| 국제스포츠대회에 대한 착각 김윤석 |
| 2016년 08월 21일(일)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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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에서부터 ‘저비용 친환경’을 콘셉트로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동안 국제스포츠대회 개최는 ‘돈 먹는 하마’, ‘개최도시의 재정파탄’ 등 승자의 저주를 받았던 게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대회를 도시 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하는 도시도 많다. 아주 가깝게는 여수와 순천이 세계엑스포와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이후 파상적으로 관광레저도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회개최를 통해 확보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후 투자에 열심이다.
지난해 우리 광주에서는 대학생들의 올림픽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5천7백억원에 치렀다. 2조5천억원이 투입된 아시안게임 개최비용의 약 1/5수준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의 ‘저비용 고효율’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광주시민들이 합심하여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국내 및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에 가까운 성공대회로 평가도 받았다. 우리 시민들 또한 전 세계를 상대로 개최한 국제행사를 우리 손으로 직접 일구어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여 최근 광주매일에 실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공상’이라는 제하의 시론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회 개최 자체로 이득을 내지 못한 광주U대회가 실패대회라고 주장한다. 국제스포츠대회의 일면 만을 보고 판단해 성공개최의 주역인 광주시민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필자는 30여년의 공직생활을 국가의 재정과 금융을 총괄하는 경제부처(現 기획재정부)에서 보낸 후 2007년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부임하여 2015유니버시아드를 최초로 기획했다. 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할 당시 제1의 목표는 우리 시민들에게 빚을 넘기지 않는 것이었다. 대회에 필요한 경기장이 총 69개였지만 이 중 4개만 새로 지었고, 나머지는 전라남북도, 심지어 충청북도의 기존 시설까지 활용하였다. 그것도 신규 시설을 지을 때는 정부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광주시의 자산을 크게 증가시키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 개인이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그 중 1억 원을 누군가가 보조해준다고 하면 어떤 결정을 해야겠는가? 향후 4억원으로 오를 것을 기대한다면 당연히 빌려서라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이다. 3억원짜리 아파트를 2억원에 구매할 수 있고 향후 자신의 자산 가치를 4억 원으로 늘릴 수 있으니 말이다.
새로 지은 광주야구장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약 1,000억 원짜리 시민자산이 늘어났지만, 정부가 300억원을 보조하였고, 민간자본 300억원이 투입되었다. 실제 광주시민들의 세금은 약 400억원 투입되었다. 유니버시아드에 야구 종목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잘못한 결정이었을까?
유난히 야구를 좋아하는 광주시민들이 새 야구장에서 누리는 행복감은 차치하더라도 손해 본 장사라고 볼 수 없다. 남부대 국제수영장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다목적 체육관의 경우도 같은 이치다.
또한 2015년 4월 개통한 호남고속철도는 지역의 교통혁명을 이루었다. 막대한 정부예산 8조9천억 원이 조기에 투입되어 개통될 수 있었던 배경에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개최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연 설명하지는 않겠다. 또한 국제스포츠대회 개최를 계기로 도시의 브랜드가치가 제고되는 등 비계량적 효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우리 지역의 자산을 크게 늘려준 장사였다.
지금은 한가하게 공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채 1,000억 원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얻은 수조원에 달하는 광주시의 자산과 시민적 자부심이다. 도시 역량을 탓하면서 안주하려는 자세로는 미래 광주를 준비할 수 없다. 오히려 1천억 빚내서 1조를 벌어들이는 기업가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이렇게 광주유니버시아드의 후광효과를 제대로 챙기자는 긍정적 주장들이 많아져야한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이 거북선이 그러진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들고 영국은행에 가서 500년 전에 이런 훌륭한 배를 만들었던 민족이라고 설득해 외국 빚을 내서 오늘날의 현대 중공업을 일으켰다는 것은 알려진 일화다. 정주영의 선택은 빚이었을까 빛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