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개문냉방 단속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6년 08월 22일(월) 20:02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가정뿐만 아니라 상업용 전기사용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개문냉방 영업 단속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허점투성인 단속 방식으로 인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치는 모양새다.

정부는 자치구와 함께 개문냉방 근절 캠페인을 벌인 후 지난 11일부터 단속 및 과태료 부과에 들어갔다. 영업 중 문을 열고 냉방하다 적발된 영업장에는 경고조치가 내려진다. 이후 추가 적발 횟수에 따라 50만원,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 등으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단속 방식에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실제 산업자원통상부와 광주 동구 직원들이 지난 11일 충장로 일원에서 벌인 개문냉방 단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속반이 문을 열고 영업 중인 영업장을 발견, 경고장을 발부하려고 했지만 송풍·제습 모드로 냉방기를 가동한다는 말에 속수무책 뒤돌아서야 했다.

당시 영업장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했다.

하루 종일 냉방하더라도 단속반이 올 때만 송풍·제습 모드로 바꾸면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 단속반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리모컨 버튼 한번만 누르면 될 일이다.

이날 단속에 나선 한 관계자는 “이번 단속의 목적은 과태료 부과보다는 자발적인 개문냉방 자제에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철저한 단속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시인한 꼴이다. 이래서 일까 이날 단속에서 개문냉방으로 적발돼 경고장을 발부 받은 곳은 1개 영업장에 그쳤다.

지난 4년간 이뤄진 개문냉방 단속에서도 과태료를 부과한 곳은 단 1개도 없다.

자발적인 계도에 목적이 있다면 산자부와 함께 단속에 나설 필요도 없다. 개문냉방 근절 홍보는 산자부의 승인 없이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가능하다.

또 마음만 먹으면 ‘꼼수’가 가능한 현 단속 방식이 실질적인 계도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엄포’뿐인 개문냉방 영업 단속, 개선은 선선한 가을 후에나 예정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