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빗장 풀린 이란’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호르무즈항 (3)

2016년 08월 24일(수) 20:24

이란 여행중 현지인에게 초대받아 머물렀던 집.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선 “이란에 와서 보니…, 매일매일 너무 놀라웠다!” 알고 있었던 것보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국에서 무슬림무장단체, IS, 알카에다, 탈레반, 차도르(히잡) 등 극히 부정적이고 무시무시한 말들만 듣고,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물리치고 떠났던 이란 여행, 그래서 더욱 놀랐는지도 모른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하늘에서 본 페르시아의 풍광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에서 이란행 항공기로 갈아탔다. 이륙한지 30여분이 지나자 이란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책에서만 봤던 ‘이란고원’. 역시 황량하기 그지없다. 온통 산악사막이다. 일시적 홍수가 일어난 곳에 할퀸 자국이 더욱 삭막함을 보여준다. 모래바람이 불어오면, 금방 아무 것도 내려다보이지 않는다. 재 멋대로 뻗은 산길은 고달픈 사람들의 삶을 비춰 준다. 계곡의 군데군데 분포돼 있는 ‘오아시스’마저 외롭게 느껴진다. 이 곳에 석유가 없었다면…, 어찌 됐을까?

테헤란 공항이다.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몰려드는 내방객에 대한 공항인프라가 부족하고 미비하다. 밀려 있는 곳이 있는 반면, 한가로운 곳이 눈에 띈다. 수속에 하도 오래 결려, 곁눈질해 보니 컴퓨터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시설과 인력도 비효율적인 것 같다.

젊은 남녀 고객들로 꽉 찬 ‘맛집’

▶아리아족이 세운 나라

오래되고 낡은 시가지 모습이 차창으로 보인다. 히잡 쓴 젊은 여자를 태운 오토바이들이 지나간다. 공항에서 호텔에 이르는 40여분 동안 새 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다. 전부 낡고 오래된 차들이다. 도시는 온통 매연으로 가득 차 있다. 분지형 지형이라 매연이 계속 쌓여 하늘이 회색일 정도였다. 더운 날씨에 공기마저 쾌쾌했다. 매 마른 사막의 상쾌함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거리에 다니는 미남미녀! 페르시아 인이다. 아랍인과는 외모가 다르다고 한다. 페르시아인은 황색계의 백인인데, 아랍은 가무잡잡한 백인이다. 그래서 이란도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피부가 검어진다고 한다. 이란은 페르시아인 이다. 이들은 원래 카스피 해 연안에 살던 종족 즉 ‘아리아족’이 남하했다. 그래서 아리아족이 세운 나라라 해서 ‘이란’이 되었다. 또한 이들 일파는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로 들어갔다. 이들은 힌두교를 창시하기도 했다. 그들은 인도대륙의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을 지배하고 카스트제도라는 신분제를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힌두교는 후에 ‘불교’와 ‘자이나교’를 낳기도 했다. 인도와 이란은 동일 조상을 갖고 있는 샘이다.

고객이 많아 떠밀려 다니다 시피하는 ‘바자르’ 풍경.

▶ 자유로운 남녀관계에 놀라고…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웬걸, 예쁜 여대생을 두 명이나 ‘통역 겸 가이드’로 데리고 다녀 보기는 내 여행 역사에서 처음인 것 같다. 떠나기 전, 한국에서 네다(Neda)만을 소개받았는데…. 매일매일 다른 아기씨를 한 명씩 더 데리고 나왔다. 밥값은 더 들지만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싫지 않았다.

차에서 본 테헤란 거리는 참 이색적이었다. 책에서만 봐 왔던 ‘페르시아 도시’임이 금방 느껴졌다. 오래된 건물들이 참 아름답다. 거리에 젊은 남녀가 손잡고 다닌 것은 보통이고, 횡단보도 기다리면서 키스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60-70대 노인이 젊은 여자 팔짱을 끼고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모습도 목격된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 구나! 놀란 나머지 무슬림 국가 맞느냐고 몇 번이나 가이드에게 되물었다.

바자르(재래시장)에 이르러 차에서 내렸다. 바자르는 인구 8천 만의 국가 수도답게 인산인해를 이뤘다. 멀리 극동에서 온 나에게 어딜 가나 호기심으로 다가 온다. 특히 아가씨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 미소 짓고 지나가는 여자가 많으나, 수줍어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아주 반색을 하며 맞아 준다.

물담배를 체험하는 관광객들.

날이 어두어지자 사람은 더욱 늘었다. 더운 집보다는 밖으로 나온단다. 바라르 중심인 모스크에 이르자 이만저만 번잡한 것이 아니었다. 남녀 구분조차 힘든 어둠 속의 밤거리는, 남녀가 뒤섞여 떠밀려 다니다시피 했다.

가이드가 수많은 군중을 헤치며 가장 번잡한 곳에 위치한 식당으로 인솔한다. 그 식당이 아주 유명한 ‘맛집’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도 컸지만 대기자가 구름같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꽉 차 있었다. 좌석에 앉기까지는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했다.

▶ 밖에선 히잡, 집에서는 편한 복장

모든 여자들이 밖에서는 히잡을 쓰고 다닌다. 히잡이라고 해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머리를 두를 뿐이다. 오히려 따가운 햇볕을 가려 좋을 듯싶다. 컬러 레이스가 달리고 수놓아진 아름답고 부티나는 히잡을 쓴 여자들을 볼 때는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고급스럽고 멋드러진 히잡을 쓴 여인들이 참 많다.

밖에서와는 달리, 집안에서 보는 여자는 사뭇 다르다. 아주 편하고 자유로운 복장이어서 놀랐다. 상상 이상의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으로 이런 복장으로 지내냐고 물었더니, 보통 반바지에 짧은 팔에 노 브래지어, 때로는 ‘화려한 속옷 차림’으로 있기도 한다고 한다. 호메니 시절에는 손님이 오면 정장했다고 하나, 지금은 편한 복장이 일상화 돼 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내들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속옷을 입는 여자들이 사는 나라’, ‘일인당 화장품 구매율이 세계 1위인 나라’, ‘코 성형이 역시 세계 1위인 나라’란 것이다.

하기야, 낮에 거리에서, 상점 점원이 남자인 곳에서, 자연스럽게 히잡을 벗어가며 이것저것 써 보고, 화장품점이나 악세사리 코너에는 어디든 줄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랐지 않았던가!

▶ 핵 포기후 빗장풀린 ‘자유 경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마침내 2016년 7월14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란의 핵 포기 선언과 함께 미궁은 ‘경제금융재재’를 해제하게 됐다. 오랫동안 석유수출 금지조치가 해제돼 다시 석유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경제성장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에너지, 해운, 조선, 항만 부문의 교역과 투자가 제한됐었다. 여태껏 GDP성장률이 마이너스였다.

핵 포기 선언 후, 세계 각국은 경제사절단을 파견, 앞다퉈 교역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가들이 밀려들고 있는 나라. 각국 기업가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가가 꼭 가 봐야 할 기회의 땅으로 생각된다.

중동 최고의 내수시장을 가진 나라. 중동 3위의 건설 프로젝트 발주국. 세계 6위의 원유 수출대국. 세계 7위의 화장품 수입국. 코 성형 수술 1위의 국가이다.

최근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미 테헤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다. 매연으로 인한 환경 악화도 그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자원 보유하고 있지만 기업가가 관광객 보다 세 배나 많이 찾는다고 한다. 최근 항공권 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 무서운 속도의 인플레이션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무서운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물가 인플레이션이 엄청 났는데 이 추세가 멈출는지 염려다. 이란 화폐(리알) 가치는 연일 하락되고 있다. 사람들은 달러를 모으고 있다. 사설 환전상들이 넘쳐 난다.

지난 2015년 연말까지 1달러에 2만6천원(리알) 하던 것이 금년 7월 3만4천원(리알)로 환전해 준다.

지폐 무게 땜에 100만원 이상 고액을 바꾸지도 못하고, 돈 단위(0의 갯수)가 너무 많아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도 계산이 잘 안되는 나라…, 고급 레스토랑에 2인이 식사하고 100만원짜리 정도는 내밀어야 한다니…. 참 재미있는 나라다.

100만원이라 해 봐야, 생각해 보면 4만원도 못되는 돈인데…. 거기다가, 시중에선 화폐단위가 크다보니, 실생활에선 리알 대신에 ‘0’하나를 떼고 이를 ‘토만’으로 쓴다.

나 같은 적응 안 된 외국 촌놈이 쇼핑한다는 것은 돈 계산 때문에 애를 먹는다. 자칫 속는 경우도 많다. 너무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