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春! 스크린에 옮긴 “우리들 이야기” 내일 동구 페니레인서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 영화 상영회 청소년 영화제작 동아리 ‘동그라미’ 출신 5명 방학 맞아 모인 청년들 자전적 이야기 영화화 연출·촬영·편집·상영회 전 과정 스스로 진행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2016년 08월 25일(목) 19:47

영화제작 중인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

“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니라 틀을 깨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 이승준
“문화 빈부격차로 자존감이 하락했죠. 광주영화계가 좀 더 연계했으면…” - 황준하
“대학에 가지 않아서 색안경을 끼고 절 보지만, 제 꿈을 막을 순 없어요.” - 김소나
“늘 푸르고 싶습니다. 나만의 기술·표현·해석을 자유롭게 해보고 싶습니다.” - 김찬우
“계속해서 고민하고 자극받아야 제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경준
오는 27일 오후 7시 동구 광산동 페니레인(Penny Lane)에서는 특별한 상영회가 진행된다.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의 포스터.

이는 바로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과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획된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아지경’, ‘물꽃’, ‘부조화’ 등 3편의 영화를 제작한 이들이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좋고,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기에 뭉칠 수 있었던 5명의 청년들과 만났다. 김소나(21), 김찬우(22), 이경준(22), 이승준(21), 황준하(20)씨다.

웃는 모습이 개구쟁이 같은 이들은 수도권 대학 등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다.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의 이 다섯 친구들의 첫 만남은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작됐다. 2012년부터 꾸려진 청소년 영상제작단 ‘동그라미’에서 영상제작 기초과정을 실습하면서 친해진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 영화·영상인이 되고자하는 꿈을 안고 상경했다. 하지만 이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 지치고, 자존감이 하락했으며 덩달아 자신의 꿈에 대해 의문을 갖기까지 했다.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의 황준하, 이승준, 김소나. (왼쪽부터)

“대학을 가보니 세상은 넓고, 제가 상상하던 영화에 대한 이미지도 달랐어요. 하루하루 내가 뒤쳐지는 건 아닌지, 내가 좋아했던 영화에서 멀어지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작품완성의 강박관념까지 생기면서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모든 걸 잃을 것만 같았어요. 제 열정과 꿈을요.”

네 명은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김소나씨는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하는 쪽을 택했다.

“원래 영화제 자체를 더 좋아해서 대학 진학보다는 실무적으로 더 배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도 A4용지로 2장을 빼곡히 적어 저의 미래계획을 설명했지만 반대가 심하셨죠. 그래도 저는 서울로 갔어요. 하지만 서울에 도착해 먼저 마주한건 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빡빡한 현실이었죠. 게다가 대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견의 시선도 많이 느꼈구요.”

다섯명은 소위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일명 성공한 영화는 결국 자본주의의 소용돌이에 갇혀있다는 걸 깨달았고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로 다 덮어지는 ‘열정 페이’를 생각하면 한없이 무기력해졌기 때문.

그래서 방학동안 이들은 이러한 동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 해서 영화 제작에 나섰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영화에 열정을 다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촉박한 제작 시간에 비용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 건 광주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가의 촬영·편집 장비들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다.

곳곳에 영상 및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 많았지만 연계가 돼 있질 않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고, 사비로 섭외해야 했으며 좋은 장면을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에 감동한 것일까.

이내 ‘필름에이지’, ‘동구영상미디어센터’, ‘광주음악창작소’ 등의 장비대여 지원 덕분에 무사히 작품제작에 매진할 수 있었고 이제 관객과의 만남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들은 영화를 통해 청춘들의 고민과 의지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메시지를 남기고자 한다.

“현재 청년들은 ‘성공의 법칙’, ‘왕도’, ‘정석’ 등의 개념으로 좁은 길로만 유도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이야길 통해 함께 공감하고,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상처가 치유되길 희망합니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