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9천원짜리 굴비세트 주문…취소도 속출 李지사 김영란법 대비 현장점검 “내년 설에는 엄청난 피해 현실화”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6년 08월 30일(화) 20:00

이낙연 전남지사가 30일 오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영광군 법성면 굴비상가를 방문, 관계자로부터 굴비 선물세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전남도 제공

“벌써부터 4만9천원짜리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굴비 10마리 선물세트를 5만원 이하로 만들면 볼품이 없고, 그렇다고 5마리 세트를 만들기도 어색해 보여 고민입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상의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가액 기준을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확정한 것과 관련, 30일 농어업의 피해와 대처 방안을 현장에서 점검했다.

이날 이 지사는 영광 법성포 굴비상가와 영광읍 축협마트 등을 방문했으며 상인들은 하소연을 털어놨다.

굴비상인은 “김영란법은 추석 이후에 시행되는데도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돼 주문을 포기 또는 취소하거나, 저가품을 구입해 판매가 크게 줄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내년 설에는 엄청난 피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광축협의 한 간부도 “축산물 특히 한우 선물세트를 5만원 이하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선물로서 고맙게 주고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일단 법은 지켜야 한다”며 “농어민들이 힘들더라도 지혜를 발휘해 법에 맞추어 나가면서 대책을 함께 찾아보자”고 격려했다. 이어 “김영란법으로 접대문화가 건전화되는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접대문화 개선의 그늘에서 농어민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빈곤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김영란법 시행은 좋은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또 “외국의 값싼 농축수산물이 더 많이 들어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농어업과 국산농축수산물 가공유통업이 몰락하며, 식당 등 자영업이 붕괴하고, 서민들의 가계부채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이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