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삭발’…‘약발’ 먹힐까 가을야구 절박함 표출…선수단 승리 보답 주목 연합뉴스

2016년 08월 31일(수) 19:57

KIA 김기태 감독이 지난 30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사이 삭발한 머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SK 와이번스전을 앞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김기태(47) KIA 타이거즈 감독은 삭발한 모습으로 경기장에 도착했다.

애매한 삭발이 아니라 에누리를 한 올도 남기지 않은 완전한 민머리였다.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김 감독은 “더워서 그랬다. 다른 의미는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무더위는 한풀 꺾인 상황이었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김 감독의 태도가 오히려 더 의미심장했다.

밖에서 삭발의 의미를 알아줄 필요는 없다. 선수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삭발한 것은 2011년 8월 LG 트윈스 수석코치 시절 이후 5년 만이다.

KIA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의 삭발은 ‘가을야구’에 대한 절박함과 무관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로 명성을 떨쳤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보스’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지금도 선수단 장악력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의 리더십은 권위와 강압과는 거리가 멀다.

김 감독은 지난 7월 30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투혼의 완투승을 따내자 모자를 벗고 양현종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마무리였던 윤석민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책임지며 50개의 공을 던지며 세이브를 올리자 김 감독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고마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KIA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이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현종-헥터 노에시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없다.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따른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끌어안은 마무리 임창용은 엽기적인 견제구로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가을야구’의 티켓이 걸린 4-5위 싸움은 하루 만에 순위가 요동칠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한 경기 한 경기가 포스트 시즌과 다름없는 피 말리는 승부의 연속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결의를 선수들에게 전파할 수단으로 김 감독은 말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KIA는 이날 경기에서 김 감독의 삭발에도 SK 거포 최정에게 연타석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3-9로 패했다.

KIA는 4위에서 5위로 다시 순위가 추락했다. 김 감독의 삭발 투혼은 31일 경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KIA는 이날 원투펀치 중 하나인 헥터가 선발 등판한다. SK 역시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로 맞불을 놓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