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대신 받은 손편지 1천69통 ‘감동’ 퇴임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양희옥 성덕고 교장 어린 제자들 존경과 사랑 담은 편지로 고마움 전달 시국선언 참여 훈장 대상서 탈락 알려져 의미 더해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08월 31일(수) 19:58

정년 퇴임한 광주지역 한 교장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 훈장 대상에서 탈락했으나 제자들로부터 정성 가득한 1천69통의 ‘손편지’를 받아 감동을 주고 있다.

3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양희옥(사진) 성덕고 교장은 이날 학교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에서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1-3학년 제자 1천69명의 학생들이 양 교장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담아 손편지집을 전달한 것이다.

2014년 9월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양 교장은 매일 아침 교문에서 2년간 학생들을 직접 맞았다. 영어 교사 출신인 양 교장은 아침 일찍 등교하는 제자들을 향해 “Have a nice day!”, “Don’t worry, be happy”라고 인사를 건네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해왔다. 간혹 지각한 학생들에게는 꾸중 대신 “밥은 먹었니”라고 안부를 물었다.

학생들이 양희옥 교장에게 전달한 편지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양 교장은 교장실 대신 교실 반 칸을 교장실로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호흡했다. 실제 학생들도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영어 문제가 있을 때면 서스름없이 교장실을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참스승’의 사랑을 경험한 제자들도 양 교장의 퇴임식을 앞두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로 손편지를 준비하기로 했다.

손편지를 기획한 김민웅 학생회장은 “교장선생님이 2년간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제자들을 맞아주셨다”며 “정든 교단을 떠나시는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전교생 편지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자들의 손편지는 양 교장에게 더욱 큰 선물이자 위로가 됐다. 양 교장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퇴임 교원 훈·포장 대상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양희옥 교장은 “정성 가득한 손편지를 써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학업에 바쁠 텐데 나 때문에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마지막까지도 제자들을 생각했다. 양 교장은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교사로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 인재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1980년 교편을 잡은 양 교장은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바 있으며 두암중·일동중 교감, 시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 장학관 등을 역임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