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거리로 먹거리 중심 도시관광 ‘업그레이드’ [지역마케팅]<10>오사카 관광 패러다임 바꾼 USJ 市 자본금 25% 지분투자 2001년 테마파크 개장 주도 민간 운영 전환 후 마케팅 호조…해리포터로 ‘초대박’ 民-官 역할 경계 분명 F1 실패 전남도에 시사점 뚜렷

2016년 09월 05일(월) 20:11

일본 오사카만 54㏊ 면적에 자리잡은 Universal Studio Japan(USJ)은 오사카 관광의 패턴을 바꿨다. 과거 식도락 여행지로 유명했던 오사카에 또 하나의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450억엔의 사업비가 투입돼 2014년 7월 개장한 USJ 해리포터존 내 호그와트성의 모습.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해리포터존을 만든 뒤 USJ는 한단계 도약, 전 세계 유니버셜스튜디오 중 가장 돈을 잘 버는 곳으로 자리잡았다./일본 오사카 USJ=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오사카는 훗카이도와 함께 일본 내에서 전통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도쿄에 이은 제2의 도시 오사카는 도시 관광의 전형을 갖고 있다. 먹을거리와 볼거리, 쇼핑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교토, 나라, 고베 등)를 연결하는 관광 루트가 단조롭다. 하지만 USJ(Universal Studio Japan)가 들어선 이후 오사카 관광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USJ가 개장 15년 만에 오사카 관광 마케팅의 폭을 넓힌 지렛대가 되고 있어서다.

◇한때 오사카시의 골칫거리였던 USJ

오사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USJ는 전남도의 F1코리아그랑프리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오사카시가 USJ 지분에 참여했고 전남도는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F1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관(官)의 힘으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동일하다.

실제 오사카시는 1998년 USJ 건설이 시작될 즈음 자본금(400억엔) 중 25%(100억엔)의 지분 투자를 했다. 1천700억엔 가량 투입된 USJ 총사업비 중 1천250억엔은 PF(Project Financing)로 충당했다. 이는 일본 최대 규모의 PF로 기록돼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 오사카시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PF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USJ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역시 전남도의 F1 추진 과정과 흐름을 같이 한다. F1 역시 시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힘으로는 추진이 불투명했다. 전남도가 직접 자금을 쏟아부은 이유다.

2001년 개장한 USJ는 초기만 해도 오사카시에서 보낸 인사가 대표를 맡았다. 이는 USJ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오사카시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사카시가 출자한 회사가 적자에 허덕인다면 시민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게 일반 정서다.

USJ는 주말, 공휴일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지난해 1천370만명이 찾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해가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USJ는 단순한 테마파크를 넘어 오사카의 관광 패턴과 도시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일본 오사카 USJ=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官→민간 운영 전환 후 반등 성공

오사카시는 매년 USJ에 운영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형태로 지원했다. 하지만 2003년 당시 오사카 시장이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다행히 2005년 골드만삭스가 USJ에 250억엔을 출자하면서 운영에 숨통이 트였고 2006년 후반 흑자로 전환됐다. 이후 2009년 골드만삭스 등이 오사카시 보유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오사카시는 USJ 운영에서 손을 뗐다.

2015년 미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인 COMCAST NBC 유니버셜이 지분 51%를 취득해 소유주가 바뀌었다. 현재 USJ는 COMCAST NBC 유니버셜의 연결 자회사(Universal Parks & Resorts)에 속해 있다.

초기만 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USJ는 마케팅 측면에서 고전했다. 개장 첫해 효과로 2001년 1천102만명의 방문한 이후 하향세가 뚜렷했다. 실제 2002년 763만명, 2003년 988만명, 2004년 810만명, 2005년 831만명, 2006년 869만명, 2007년 864만명, 2008년 813만명, 2009년 750만명, 2010년 750만명 등으로 기대치에 못미쳤다.

공교롭게도 민간 운영으로 전환한 뒤 USJ는 성공가도를 질주한다. 테마파크 전문가가 대표를 맡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게 주효했다. 개장 10주년이었던 2011년부터 마케팅이 좋아졌다. 2011년 880만명, 2012년 975만명, 2013년 1천50만명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해리포터’ 공격적 투자 방문객 급증

마케팅이 호조를 띠면서 USJ는 새로운 어트랙션(놀이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바로 ‘해리포터존’이다. 해리포터존 조성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히려 마케팅과 신규 투자에 주력한 것이다. 관(官) 주도의 운영 체제였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해리포터존을 만드는데 450억엔이 들었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은 대성공으로 돌아왔다. 2014년 7월 해리포터존이 개장한 뒤 USJ 어트랙션은 50개로 늘었다. 입장객도 급증했다. 2014년 1천270만명이 USJ를 찾았고, 2015년엔 1천37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장 15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해리포터 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 USJ는 미국이나 싱가폴의 유니버셜스튜디오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인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내 인기 애니메이션 등을 테마파크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USJ 내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관계없는 만화 ‘진격의거인’ 존, 일본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한 4D어트랙션, 유아를 대상으로 한 소형 놀이시설이 있다. 마케팅 다각화를 통해 수익 다양성을 확보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USJ는 전 세계 유니버셜스튜디오 중 가장 돈을 잘 버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오사카 지역 대표 관광자원 ‘우뚝’

USJ는 오사카 관광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점에서 지역마케팅의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신칸센으로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일본의 교통 특성상 오사카 뿐만 아니라 1-2시간 거리도 잠재적 USJ 방문 가능 지역으로 분류, 마케팅에 나선게 눈에 띈다.

게다가 USJ는 한국과 중국에서 오사카를 찾는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폭증세가 두드러진다. 또한 사원 880명에 아르바이트 7천500명 등 8천명이 넘는 인원이 USJ에 근무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경제성이 있는 테마파크 조성을 주도하고 이후 소유·운영권을 가진 민간기업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수익성을 확보한 것은 F1에 실패한 전남도가 곱씹어볼 부분이다. 결국 민간이 맡아야 할 영역은 민간의 역할에 맡기는 게 시장논리라는 이야기다.

USJ 조타 다카하시 홍보실장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수년 내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위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타개했으며 소비자의 시각에서 투자와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USJ=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