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USJ vs ‘쪽박’ F1 뭐가 달랐나 김재정 사회부 차장

2016년 09월 18일(일) 18:44

4월부터 ‘지역 마케팅’을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Universal Studio Japan·USJ)를 아이템의 하나로 잡았다. ‘광주나 여수에 USJ같은 테마파크가 있으면 지역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당초 USJ는 민간 자본에 의한 개발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USJ 관계자 인터뷰 과정에서 오사카시의 공적자금(100억엔·한화 1천100억원)이 투입된 사실을 알았다. 전남도의 F1 사업이 떠올랐다. 전남도 역시 F1 사업에 1조원 안팎의 혈세를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유사한’ 두 사업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테마파크인 USJ는 ‘대박’, 메가 스포츠 이벤트 F1은 ‘쪽박’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USJ 성공의 이면에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오사카시의 위기의식도 일정 부분 자리하고 있다. 개장 초 USJ의 대표는 오사카시 파견 인사가 맡았다. 공기업과 다를 바 없는 구조다.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다. 오사카시는 ‘100억엔의 세금을 투자한 사업이 적자가 나면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부터 지분 매각 등 ‘민영화’를 서둘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를 이겨낸 것도 오사카시가 손을 떼고 테마파크 전문 기업이 운영을 맡은 덕분이라는 시각이 많다.

반대로 전남도는 F1 사업에 의미 없이 매달렸다. 1조원 안팎의 세금을 쓰고 2천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민에 대한 미안함이나 부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판(誤判)을 책임지려는 단체장(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자세도 없었다. 그 결과는 4천억여원 짜리 경주장이 F1 개최는 커녕, 자동차 동호회 모임 등의 장소로 전락하는 촌극을 낳았다.

다시 말해 두 사업의 출발점이 ‘유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USJ는 철저한 시장 분석과 마케팅을 동력원으로 삼았다. 개장 15년 USJ는 오사카의 자랑이자 핵심 관광 인프라로 우뚝 섰다.

이와 달리 단체장의 욕심이 F1 사업을 이끌었다. 전국, 아니 세계적 망신을 당한 F1은 아직도 전남도의 재정을 옥죈다. 지역에 마케팅이 아닌, 치욕만 안겨줬다. 결국 지자체의 미묘하고 사소한 접근방식의 차이가 엇갈린 결과물을 만들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