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칫거리 박람회 부지 민자유치 통해 활로 찾다 [지역마케팅의 힘]<11>박람회 사후활용 日 ‘엑스포시티’ |
| 2016년 09월 19일(월)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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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 이후 전남도와 여수시 등은 박람회 부지 사후 활용에 골몰했다. 일부 민간자본에 의한 사업이 추진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제대로 된 활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1천만명이 넘지만 박람회 부지와의 관광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70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도 8년 전 ‘만박’ 유원지가 문을 닫은 뒤 같은 고민에 빠졌다.
◇1970년 만국박람회 부지 8년 넘게 방치
오사카부 스이타시에서는 1970년 3월15일-9월13일 183일간 일본 최초의 만국박람회가 개최됐다. ‘인류의 진보와 조화(Progress and Harmony for Mankind)’를 주제로 한 만국박람회에는 6천421만8천770명이 찾았다. 당시 일본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다. 하루 평균 입장객 수만 35만명으로 만국박람회는 경제 부흥기였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박람회 이후 만국박람회 부지에는 놀이시설 등 유원지(센리만박공원)가 생겨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1년 오사카 시내에 유니버셜스튜디오(Universal Studio Japan)가 생긴 데다, 시설도 노후화되면서 유원지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결국 8년 전 폐장한 뒤 오랜 기간 폐허처럼 방치돼왔다.
오사카부와 스이타시 입장에서 330㏊에 달하는 박람회 부지를 활용하지 않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인접한 만국박람회 공원과 J리그 축구 간바 오사카 스타디움을 연계한 개발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검토 끝에 2009년 사업 공모에 들어갔다.
◇미쓰이부동산 年10억엔 30년 임대 개발
오사카부가 내세운 개발 조건은 쇼핑몰에 국한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는 부대 조건을 제시했다. 쇼핑몰만 만들 경우 원하는 사업자가 많았겠지만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포함되면서 입찰 가능한 업체들이 대폭 줄었다. 오사카부가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주목한 것은 쇼핑몰 만으로는 관광객 유인 효과에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미쓰이부동산㈜이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미쓰이부동산㈜은 오사카부로부터 30년간 매년 10억엔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부지를 임대했다. 미쓰이부동산㈜은 2014년 수백억엔(세부 사업비 공개 거부)을 투입해 건축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11월 라라포트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문을 열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대관람차는 지난 7월 운영을 시작했다.
쇼핑몰에는 350여개의 점포가 입점했고 고가의 브랜드보다는 일본내 트렌드에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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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시티의 핵심은 8개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스이타시가 오사카 시내에서 30분 이상 떨어진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하는 동시에 쇼핑몰 이용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8개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NIFREL 수족관과 OSAKA ENGLISH VILLAGE(한국 YBM 투자), 포켓몬 EXPO짐, Orbi 오사카(게임업체 SEGA 투자), ENTERTAINMENT FIELD, 109시네마오사카엑스포시티, ANIPO 동물 이동유원지, REDHORSE OSAKA WHEEL 등이다. 8개 시설 모두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설과는 차별화된다. 즉,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오픈 이후 월 평균 150만명이 찾는 등 엑스포시티는 순항하고 있다.
◇기업 이윤 추구…官 부지 활용 ‘윈윈’
국내 정서상 민간 기업이 30년간 행정기관 소유의 부지를 임대해 매년 막대한 임대료를 내는 조건의 개발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쓰이부동산㈜은 30년 임대 기간 내에 투자금 회수를 자신하고 있다. 30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우선협상권도 가질 수 없고 철거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 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개발 컨셉과 마케팅, 그리고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충분한 모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사카부와 스이타시 등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잃을 게 없는 장사’다. 행정기관이 보증을 서거나 직접 투자를 하는 국내와 달리 오사카부와 스이타시는 엑스포시티에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엑스포시티 진·출입로 등까지도 모두 미쓰이부동산㈜이 돈을 들여 직접 만들었다.
오사카부와 스이타시는 침체 일로에 있던 만국박람회 부지를 활용, 엑스포시티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냈고 이는 지역 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30년간 최소 300억엔(한화 3천300억원)의 임대료 수입을 확보한 데다, 엑스포시티에서 일하는 인원만 최대 5천명(상주 인원 2천명)에 달하는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결국 엑스포시티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박람회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행정기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미쓰이부동산㈜ 관서지부 사업그룹 테라다 총괄은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한데 모아 일상적으로 체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마케팅 핵심 전략”이라며 “미쓰이부동산㈜이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안했고, 오사카부 역시 침체된 박람회 부지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만큼 지역 재생과 지역 마케팅의 효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