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김태호 한국부동산경제연구원장·서울대 도시계획학박사 veritas@snu.ac.kr

2016년 09월 21일(수) 19:54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과 부의 집산지이며, 인류 문화의 원천이며 인류 문화를 담는 커다란 그릇이다. 독일 베를린의 풍요로운 도시배경에는 그 안에 감동적인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의 도시, 초기 현대화의 기수, 나치의 심장, 모더니즘 건축의 실험 무대, 전쟁의 희생양, 기적의 부활, 냉전시대의 영웅 등등…”.

또한 도시는 본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조화로 이루어낸 문화의 산물이다. 또한 크고 작은 사건이 뒤얽힌 역사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그 도시의 개성을 형성한다. 그리고 도시 형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수많은 반복을 거쳐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수많은 역사의 흔적을 남긴다. 도시 발전 과정에서 도시공간은 신구의 결합이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화이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결과 도시역사문화는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의 특수성을 담아낸다.

특별한 지역의 의미를 상징하는 도시 공간은 사회, 역사, 문화의 변화 과정을 형상화하고 인류가 삶의 일부로서 도시라는 특별한 취락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모든 희노애락을 담아낸다. 도시의 의미는 시민의 발길을 끌어들여 머물게 하고, 시민의 사고 활동을 촉진시켜 기억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시가 되는데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 도시의 깊이를 정확히 이해시켜 이야기 도시를 형성한다. 개체의 인식과 공동체 기억이 모두 존중되는 인간중심 공간에서 다양한 도시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형 도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인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기차역 중 하나다. 이 역은 철로를 지하 20미터 아래로 끌어내리고 지면은 도시생활 공간으로 조성했다. 정문의 둥근 아치형 지붕은 그대로 보존했고 그 앞에 쇼핑거리를 조성했다. 이 길은 지하 철로와 연결되는데 일종의 선큰 형태( “움푹 들어간” 이란 뜻의 지하 형태의 공간)다. 선큰 공간 둘레는 약 3킬로미터이고 높이는 3층이다. 이곳에서는 갤러리, 상점, 음식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역사문화와 현대 생활의 공존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사례다. 이러한 생활문화의 공존 형태는 현대도시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도시 관광 등 도시 활력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어쩌면 도시계획가의 임무는 도시 공간 및 도시의 정주 환경을 체계적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장소(place)를 만들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회, 문화, 역사적 사건, 인간의 활동, 지역 특색 요소가 상호 영향을 끼치며 밀접한 관계를 맺을 때 일련의 의미있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인 ‘장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 발전이 도시의 양적성장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도시의 질적 성장이 중요시 되고 있다. 이제는 도시도 뛰어난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경쟁력 있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수도 창의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광주는 과연 지역의 의미, 그리고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과 장소는 얼마나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도시의 발전이 도시 외연의 확장이 아닌 도시 역사를 오랫동안 간직해온 장소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도시재생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우리 광주는 문화 수도와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근대 건축물 등 근대문화가 서려있는 양림 지역, 그리고 천혜의 무등산 등 탁월한 지역자원들이 있다. 이에 문화 수도, 창의 도시를 대내외적으로 표방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는 역사와 문화가 빛나는 예향 광주의 명실상부한 도시의 공간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영화 아미스타드 중에 “뛰어난 이야기를 가진 자가 승리한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대사가 있다. 이것은 도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래의 도시는 뛰어난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승리할 것이다. /verita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