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형 저출산 대책 시급하다 이세규 동신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2016년 09월 25일(일) 19:07

우리나라 저출산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출산율은 1.24명으로 2006년 1.25명보다 낮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추세면 저출산으로 인해 2026년 국내총생산(GDP)이 2014년보다 7.95% 하락할 것이라 한다. 인구는 우리사회의 성장동력이므로 이대로 가다간 사회와 경제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실효성 있는 출산장려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8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출산장려금과 같이 일회성 지원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여성을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경쟁하듯이 발의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장려책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직장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며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기업분위기에서, 휴가기간을 늘린다고 출산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데에는 고용, 취업, 주거, 육아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들이 더 이상 자녀출산과 양육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이시대의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행복을 배려할 수 있는 여성친화형 정책과 제도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성친화형 도시와 기업을 만들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women friendly city)’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녀를 낳아 양육하며 사회활동이 가능한 도시다. 이 같은 도시는 육아친화성을 높일 수 있는 공동육아 보육시설과 놀이공간의 안전시설을 필요로 한다. 또한, 여성생활 편의성을 높인 대중교통서비스와 여성 생활 동선에 맞는 주거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활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범예방시설도 여성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총괄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자아실현이 가능한 기업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고용기회를 늘릴 수 있는 고용프로그램과 사회진출을 위한 자기계발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 같은 정보를 생활에서 공유할 수 있는 여성정보지원센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고 자녀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탄력적인 근무시간제를 우선 정착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자녀를 출산한 여성들의 취업과 승진에 유리하도록 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출산장려금 위주의 지원 보다는 여성들의 자녀양육과 자아실현이 가능한 여성친화형 도시와 기업을 만들어 갈 때, 우리나라 결혼율과 출산율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