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한계에 부딪치는 능력주의 윤은상 |
| 2016년 09월 25일(일)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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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베이비부머세대로서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이라 빈부의 갈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부모님들도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자녀 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갔다. 당시에는 부의 편중현상이 심하지 않아 교육을 통한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상위층 진입이 가능했다. 우리세대는 분명 우리들의 노력으로 부모 세대나 자녀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축척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우리경제는 고도성장과 부동산폭등으로 수혜를 입은 소수의 자본가가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정부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 됐다. 그리고 불과 10%도 되지 않는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업 일자리도 소수의 엘리트가 독점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로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필자가 사회학을 접하게 된 2000년대에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기능론이 사회의 불평등을 강조했던 갈등론 보다 더 큰 힘을 받고 있었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능력주의는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거룩한 교리였다. 그러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성골과 흙수저를 문 육두품(평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한국의 경우 전체자산에서 부모한테서 받은 상속증여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상속주의가 능력주의를 이긴다. 21세기에는 능력주의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출발지점이 다른 경쟁, 릴레이 경주를 하면서 주자들의 거리가 차츰 더 멀어지고 있다. 이 사회에서 노력은 성공의 아버지가 아니고 진짜 성공을 낳는 것은 비 능력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요인에는 부모의 배경, 학교와 교육,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 부의 상속, 특권세습, 차별과 특혜 등이 있다. 사회제도 속에는 공공연한 차별적 관행이 도사리고 있어 계층이동을 가로 막고 있다. 자수성가형 사업가는 많이 줄어들고 세습자본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교 또한 사회적 계층을 재생산한 매개체이다. 특권층은 헬리콥터 부모가 돼 자녀의 높은 학업성취도, 다양한 스펙, 훌륭한 외모를 위해 바삐 움직인다. 인맥, 학맥,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자본과 매너, 나이프스타일, 교육 등의 문화적 자본은 남몰래 은밀하게 상속된다. 이는 모두 막대한 세습자본의 한 형태이다. 이런 무형의 자본은 상속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위장된다. 그리고 상속받은 부는 정치권력으로 바뀐다. 상속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개인의 능력이 미치는 영향은 그 다음이라 부자를 칭송해서도 가난한 이들을 비난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각종 스펙 쌓기에 볼 수 있듯이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흙수저의 삶이라는 주장이 현실에 더 가깝다. 이러한 사회적인 한계를 반영이라도 한 듯 젊은이들은 최고의 로또는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능력 있는 처갓집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10억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다 발각되더라도 옥살이를 해서라도 차지하겠다고 한 가 하면, 부모가 60세 퇴직이후에 3년만 살다가 죽었으면 하는 자녀가 있다고 하니 우리사회가 낳은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분명한 것은 사라져가는 계층사다리를 다시 세우지 않고는 우리사회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불평등 해소 방안들은 이미 다각도로 제시돼 왔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를 부여하고 공직뿐만 아니라 공기업, 대기업도 저소득층과 장애자에 대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소득과 자산 상속에 대한 강력한 누진세제 강화, 상속세 도입, 양도소득세 인상 등 전향적인 조세 정책, 부와 소득격차를 줄이는 부유층의 자선활동과 강력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강력한 복지제도와 누진세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불평등이 덜하고 사회적 이동성도 높기 때문이다. 수혜를 주는 계층과 받는 계층에서도 상호 존중하고 상생하는 자세를 통해 사회갈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좌절한 이들의 패자 부활 제도를 마련하는데 그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