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 디자인·시공과정부터 범죄예방 환경 조성 [도시환경개선 안전도시 만들자] <6>영국 셉테드 인증제도 |
| 2016년 10월 12일(수)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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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범죄예방을 위한 건축물 디자인 및 시공과정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하 셉테드)가 도입돼 현재까지 연구와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적용한 셉테드 관련 지침은 CCTV 및 비상벨 설치에 대한 내용이 많고 경찰·지자체·주민 협동으로 이뤄지는 사례 역시 벽화 조성이 대부분일 뿐, 도시계획이나 건축디자인적 기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가장 셉테드가 잘 도입된 나라로 평가받는 영국의 제도를 통해 국내 셉테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법과 제도 바탕…셉테드 기반 마련
영국은 전통적으로 범죄에 대한 수사, 범죄자 교정 등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위주로 다뤘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급격히 치안이 악화되자 경찰, 정부 등 기관은 범죄예방에 적극 참여, 범죄의 발생 자체를 감소시키는 환경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취지로 마련된 대표적인 셉테드 인증제도가 영국 전국경찰지휘관협회(Association of Chief Police Officers), 내무부(Home Office), 범죄예방제도화회사(Crime Prevention Initiatives Limited), 교통지자체부(Depart of Transport, Local Goverment and the Regions) 등의 합의로 출현한 방범환경 설계제도(Secured By Design·이하 SBD)다.
SBD는 1989년 런던과 남동부 지역 방범경찰관들간의 회의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공공주택 개발업자들의 방식을 바꾸는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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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성에 그치고 있는 현재 국내 경찰의 셉테드 활동에 비해 경찰이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해 적극적으로 시행한 점이 크게 다르다.
영국에서는 경찰이 담당 지역의 범죄적 환경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공동체 치안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또 건물이 완공된 후 발생하는 범죄나 경비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개발계획에서부터 범죄예방 요소가 반영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SBD’ 시스템·제품인증 필수…사업자 이익도 기여
SBD 인증범위는 계획, 설계, 시공 등에 대한 시스템인증과 창, 유리, 문 등 제품인증으로 나눠진다.
시스템인증 조건에 제품인증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어 SBD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제품 인증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시스템인증은 각 지역의 개발업자가 신축이나 재건축, 리모델링 계획을 세울 때 제출서류와 함께 전국경찰지휘관협회의 범죄예방제도화회사에 SBD 인증을 신청하면 셉테드 담당 경찰관이 시공·건축·완공단계에 걸쳐 직접 현장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모든 개발구역에 대한 환경설계와 보안경비를 점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져 인증을 결정한다.
합격하게 되면 SBD 인증서와 로고를 부착할 수 있는데 개발업자는 로고를 이용해 판매·분양가를 높이는 등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추후 재인증은 실시되지 않지만 방범기준에 현저히 못 미칠 경우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제품인증은 정부 공인시험소에서 방범성능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등급과 함께 인증 라이센스 및 로고 사용권이 부여된다. 시스템인증과는 달리 주기적으로 재인증해 사후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범죄발생은 지방정부 책임’ 책임 무거워
지방정부와 경찰은 모든 셉테드 관련 업무나 의사결정시 ‘1998 범죄와 무질서에 대한 법률(Crime and Disorder Act 1998)’ 제17조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이 법은 ‘지방정부는 모든 업무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안전이라는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 모든 정책, 전략, 계획 및 예산은 범죄와 무질서의 감소에 대한 기여라는 관점에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시한다.
지방정부가 범죄예방 조치를 충분히 시행하지 않아 발생한 범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에서 의미가 크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주택 규정(Code for Sustainable Homes), 정부 도시계획정책고시(Planning Policy Statement)인 범죄안전을 위한 도시계획 지침 등에서 셉테드와 SBD 적용 의무화를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범죄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져가는 만큼 지자체, 경찰, 학계 등 유관기관에서 셉테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영국처럼 강력한 법과 제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CCTV, 경비시설, 벽화 조성 등이 산발적으로 규정·실시될 뿐 건축설계 요소에 대한 규정은 미비하다.
특히 셉테드에 있어 경찰의 비중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데 영국의 경우 경찰이 셉테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공익·신뢰성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예산·조례·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비상벨 설치, 벽화 조성, 계도 활동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보환하기 위해서는 건축법이나 주택법 등 법과 제도를 확립, 셉테드 인증을 제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절실하다./영국 런던=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