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권 채용박람회 뒷맛 ‘씁쓸’ 오승지 경제부 기자

2016년 10월 16일(일) 18:41

가히 ‘취업전쟁’이란 말이 실감났다. 이달초 열린 ‘2016 광주권 채용박람회’에는 구직자 1만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일지 찾아보는 얼굴 마다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정장을 입고 면접관과 대면해 있는 취업 준비생의 모습에서 간절함마저 감돌았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지역 강소기업들을 소개하고 알리는 자리였으며 현장에서는 직업체험관과 다양한 프로그램 및 현장면접도 함께 이뤄졌다. 모두 218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68개사는 현장면접을 실시했을 정도로 최대 규모였다고 하나, 아쉬움이 컸다.

이날 눈에 띄는 것은 20-30대의 젊은 청년층의 참여도가 단연 높았고 청소년 및 중장년층의 모습도 예년에 비해 그 수가 늘었다는 점. 특히 2천여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200여개의 채용 부스에서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요건을 갖춘 곳은 10곳도 채 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야간·휴일근무를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기업에서도 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장년층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기대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난 지금, 일자리를 찾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늘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연륜은 여느 구직자들보다도 더 유리한 취업 조건일지 모르나 나이 제한을 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종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심지어 사람이 없이 비어있는 부스도 더러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뒤 현장에서 면접이 이뤄지는 부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업도 현장채용이 아닌 오히려 카운슬러를 해주는 역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 취업은 청년 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합세해 기업 구조가 취약한 지역의 취업난은 더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무늬만 채용박람회’가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실질적인 상담과 취업이 가능한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취업박람회를 기대한다. 해마다 진행되는 의례적인 행사여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