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아이템·방향성 놓고 고민해야 [지역마케팅의 힘]<13·完>에필로그 창의적 마인드 기반 치밀한 사전분석·장기전략 절실 광주·전남만의 ‘Only 1’ 창출로 관광객 유인 바람직 단체장 치적쌓기 욕심 버리고 민간영역 역할 활용을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10월 17일(월) 20:02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지역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 뿐만 아니라, 그 지역만의 유일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 수립과 민간 영역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허울 뿐인 단체장 치적쌓기용 마케팅이 아닌, 지역민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지역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하루 빨리 태동하길 기대한다. 사진은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내 해리포터 존 전경./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근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마다 ‘마케팅’을 부르짖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갖고 너나 할 것 없이 ‘지역마케팅’에 뛰어든다. 결과는 성공과 실패로 엇갈린다. 모든 일이 다 성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패 사례를 보면 대부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갖고 있다. 전남도의 F1코리아그랑프리나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그렇다.(물론 비엔날레나 문화전당은 개선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가장 큰 실패의 이유는 준비 부족이다. ‘무엇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작업이 부족하다. 아이템과 방향성을 놓고 완벽한 답을 찾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창의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치밀하게 사전 분석을 하고 장기 전략을 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오사카부 스이타시 소재 박람회 부지는 한동안 폐허로 방치돼 왔다. 하지만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쇼핑몰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엑스포시티를 건설하면서 이 곳은 오사카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엑스포시티 내 실내 동물원 모습./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최근 마케팅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강진이나 장성, 그리고 해외 사례로 살펴본 일본 카가와현의 우동, 세토우치국제예술제, 교토의 전통문화, 오사카 USJ(Universal Studio Japan)·엑스포시티, 오사카관광국 등에서는 유사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관광산업’에 모든 마케팅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관광의 핵심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경치를 갖고 있더라도, 최고 품질의 제품이라도, 또 독특한 문화라 할지라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들 지역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갖고 있었다. 지역에 사람 한명 한명이 올 때마다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경제파급 효과는 더욱 커진다. 먹고, 자고, 이동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자리가 생겨난다. 지역 내에 새로운 기업이 태동하고 경제활동도 활발해진다. 이같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준비와 시행과정에서 치밀한 분석이 전제됐음은 당연한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역내 자원이 좋건, 나쁘건 간에 ‘창의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카가와현이 ‘우동현’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고의 식도락 여행지인 오사카는 새로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폐허나 다름 없던 박람회 개최 부지를 새로운 테마공원(엑스포시티)으로 만든 것도 바로 창의성이다.

또한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닌 철저히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 ‘실속’을 챙기고 있다. 교토의 전통문화자원 마케팅이나 지역과 지역민에 초점을 맞춘 세토우치예술제가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만 있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즉, 유일한 것을 바탕으로 최고를 지향하고 있다. ‘NO.1’보다는 ‘Only 1’이 정책 방향과 사업 추진의 우선가치인 셈이다. 그 지역이 아니고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아이템을 통해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에 따른 이익을 다시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까지 구축되면서 다른 곳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서고 있다.

이 같은 특징들은 크게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광주·전남의 현실에 대입해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적지 않은 사업들이 지방자치단체장 치적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광주·전남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 것인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방안은 없는가?

기본적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이 하는 것은 우리도 한다’는 식의 정책 추진 행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동안 전남 일선 시·군에 세워진 문예회관이나 지역민들조차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지역축제는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다. 다른 곳과 같은 아이템, 주제, 추진방식으로는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그 지역을 특화시키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광주·전남만의 ‘유일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 현재 광주시와 전남도, 일선 시·군·구는 각종 문화·관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독특한 것이 있어도 제대로 요리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 내에 유권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다. 10년, 20년 후 지역의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F1처럼 단체장의 독단적 욕심이 지역의 미래를 그르쳐서는 안된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민간영역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민간의 참여를 형식적 절차의 하나로 접근해선 안된다.

다양한 문화·관광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1등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축제에 몇 일간 몇십만의 인파가 몰렸다’, ‘수백억을 투자한 시설’이라는 식의 자랑은 공급자 입장에서 내놓는 흔해 빠진 수사에 불과하다.

그에 앞서 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수요자의 만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통해 유일무이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광주·전남에서도 말 뿐인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으로 지역민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역마케팅의 성공 사례를 기대해 본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