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즉흥행정’ 공신력 추락 자초 5·18민주광장 썰매장·스케이트장 조성 백지화 尹시장, 의견수렴 없이 지난 11일 의회서 사업 공식화 5월 단체 반발에 ‘아이디어 수준일 뿐’ 슬그머니 발빼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

2016년 10월 23일(일) 20:04

윤장현 광주시장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5·18민주광장에 겨울철 썰매장과 스케이트장 조성하겠다는 ‘설익은’ 계획을 발표했다 5월 단체들이 반발하자 ‘아이디어 수준이었다’며 10여일 만에 백지화했다. 공신력 추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 시장이 5월 단체 의견 수렴 등의 과정도 없이 실무진 아이디어 수준의 이 같은 계획을 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공표했다는 점에서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광주시와 5월 단체 등에 따르면 시민대책위는 지난 21일 오전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항쟁지 보존 범시민대책위원회 대표자 회의가 끝난 뒤 썰매장·스케이트장 계획 철회를 광주시에 요구했다.

시 담당자는 “5월 단체의 철회 요구와 항의를 전달받은 뒤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썰매장·스케이트장 조성 계획은 백지화 단계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담당자는 광주매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디어 수준에서 내년에 어떤 사업을 할 것인 보고했던 사안으로 5월 단체에서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어 (사업 추진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며 “윤 시장도 사업 추진을 안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시장도 같은 날 밤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썰매장·스케이트장 계획 철회를 요구하자 답글을 통해 ‘실무부서에 지시했다’고 사실상 백지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윤 시장이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 그것도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지 10여일 만에 5·18민주광장 썰매장·스케이트장 조성 계획은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실제 윤 시장은 “문화전당과 연계해 5·18민주광장을 중심으로 도심광장 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며 “겨울에는 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을 개장해 광장을 시민들로 북적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LED를 활용한 명품 빛거리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추억거리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시장이 직접 사업 계획을 오픈한 만큼 도심광장 명소화 사업은 각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까지 됐다. 결국 윤 시장과 광주시가 ‘설익은’ 사업 계획을 섣불리 공개해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을 면키 힘들게 됐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 김민종(국민의당·광산4) 의원은 “의회 본회의장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발표한 사업이 5월 단체와 사전 정지작업 조차 없었다는 것은 문제이며, 윤 시장이 아이디어 수준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백지화했다면 여전히 시스템화되지 못한 광주시 행정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의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