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 주전부리…옛 손맛·재치 ‘오롯’ 내달 5-6일 양림동 515갤러리 ‘전통 디저트 주전부리’展 ‘전통·퓨전·향토’ 3개 주제…디저트 전문가 7인 참여 음식 만들기 체험·시식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 풍성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6년 10월 24일(월) 19:20

임영란 남도의례음식 명인.

‘주전부리’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먹었던 군음식이나 그 습관을 의미한다. 맛이나 재미, 또는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 모두를 가리켜 주전부리라고 불렀다. 특히 집안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정성을 다해 만든 주전부리를 대접했다고 한다. 이처럼 주전부리는 ‘선물’의 역할을 하는 수제 간식이자 선조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계층이나 서열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전부리는 조상들의 손맛과 재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교과서이기도 하다. 조상들과 함께 해 온 ‘주전부리’가 전시 작품으로 빛고을 관람객을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6 가을 여행 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전통 디저트 주전부리’ 전시에서다.

전시는 오는 11월5-6일 광주 남구 양림동 515 갤러리에서 열린다. ‘가을 여행 주간’ 행사에 맞게 ‘주전부리전’ 전시장도 최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떠오르는 ‘펭귄마을’ 인근 갤러리에 잡았다.

이 전시를 위해 임영란 빛고을디저트개발연구소 소장(48·카페 담희 대표·광주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음식 전수자)을 중심으로 디저트 전문가 7명이 지난 9월부터 머리를 맞댔다. 초콜릿 전문가 여희진 초코로 쇼콜라티에 대표부터 국제요리대회 한식 디저트 대상 수상자 허지연 고운매라이스푸드 대표, 김지명 ㈜올라이스 대표, 김나형 호원대 외식조리학부 교수 등 디저트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사과단자

베이글 설기

이들은 식품산업전과 같은 틀에 박힌 전시 형식을 탈피하고 예술 작품으로서의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밀 계획이다.

전시는 전통디저트, 현대(퓨전)디저트, 향토디저트 등 3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퓨전디저트, 중심엔 전통 디저트, 오른쪽 한켠에는 향토디저트가 전시될 예정이다.

전통디저트 중 ‘란 팔절판’은 재료를 다져 꿀을 넣고 조린 다음 다시 원래 재료 모양으로 빚는 것이다. 과실을 익혀 꿀로 달게 졸인 ‘숙실과’는 손이 많이 가는 주전부리여서 옛 조상들은 ‘란’을 지체 있는 대갓집 손님상이나 잔칫상에 내놓곤 했다고 한다.

퓨전디저트 코너에선 동글동글한 베이글 모양을 닮은 ‘베이글 설기’가 눈길을 끈다. 백앙금에 여러 재료를 넣어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크림을 넣고 곱게 찐 설기 떡으로 덮은 퓨전 떡이다.

꽃송편

향토디저트로는 광주를 대표하는 ‘꽃송편’을 선보인다. 예로부터 우리 지역민들은 조상님께 햇곡식을 대접하며 꽃이 올라간 송편을 빚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먹기 아까운’ 앙증맞은 주전부리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있다. 전시가 진행되는 이틀 간 오전 11-12시에는 ‘사탕절편’ 찍기 체험, 오후 2-4시에는 잣에 솔잎을 꽂는 ‘잣솔꽂이’, 가위로 곶감을 오리는 ‘곶감오림’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전통 생강차와 다과 3종을 맛볼 수 있는 무료 시식 이벤트도 오후 3-4시 운영된다.

란 팔절판

전시를 기획한 임영란 소장은 “음식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줄 것”이라며 “주전부리 전시가 단순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향후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 문의 010-9885-4928)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