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과 혹리(酷吏) 김일태 |
| 2016년 10월 25일(화)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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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헌 정국이다. 당장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르 재단과 K 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모금 경위, 그리고 운영을 둘러싸고 연일 국회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개입의 관련 당사자에 대한 엄정한 법의 적용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을 통한 수백억의 자금이 모금되는 과정과 운영에서 비선 실세가 개입하고 각종 비리와 횡령의 의혹이 난무하지만 여전히 검찰의 수사는 초점을 향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듯하다.
이런 의혹의 상황에서 법가의 한비는 법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의 신뢰성을 확립 차원에서 신상필벌의 후한 상과 혹독한 벌로 일관적이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주문하였다. 사마천은 <사기>의 ‘혹리(혹독한 관리)열전’에서 왕족이건 고위층이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을 냉혹하게 적용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해를 당할 수도 있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집행하는 혹리로 질도(郅都), 영성(寧成), 주양유(周陽由), 장탕(張湯) 등의 인물들을 열거하고 있다.
혹리들은 극단적인 법질서를 확립하여 왕족과 왕후, 관료, 호족에게 단호한 법의 제제를 가하였다. 그러나 혹리 본인도 스스로 부정부패와 청탁의 수렁에 빠져 법을 어겨 자결하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다. 사마천은 후세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권력과 재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가혹한 관리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권력에 집착하거나 비리로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일부 검찰의 모습만 보여 씁쓸할 뿐이다.
반면에 2015년 3월 27일 공포되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은 시행부터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조차도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 허둥거리는 양상이고 캔커피법, 조각케익법, 카네이션법 등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법안은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봉쇄하고 투명한 공직 활동을 보장하는 선의의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모든 국민들은 찬성하고 이제 올바르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직 사회의 기틀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여 우리 사회에서 관행으로 여겨졌던 접대와 청탁의 문화가 사라지고 건전한 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기부와 대접의 문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확대되어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배우자를 포함하여 약 400만 명에 이르렀다. 이제 선량한 공직자와 관련 기관의 당사자, 공직이나 관련 기관과 관계없는 국민들조차도 일상생활을 마비시켜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 행위의 가능성을 지닌 법의 적용 대상자로 만들어버렸다. 실제로 법 시행으로 알쏭달쏭한 위반 사례를 서로 감시하고 적발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신속하게 법의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百家爭鳴)에서 법치의 근본은 법 집행보다는 입법의 취지에 있다고 논하고 있다. 이것은 법률의 제정과 시행이 국민들의 경제적 행위는 물론 일상적인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실제로 법령이 제정되고 정비될수록 백성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게 되고 관리들의 수사 방식도 답습하게 되며 도둑은 많아진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법이면서도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것을 혹리열전을 통해서 일깨워주고 있으며 법이 아닌 법이 ‘악법’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입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말하고 있다.
일찍이 공자도 <논어>의 ‘위정(爲政)’편에서 “道之以政(도지이정)하고 齊之以刑(제지이형)하면 民免而無恥(민면이무치)니라(백성들을 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겠지만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道之以德(도지이덕)하고 齊之以禮(제지이례)하면 有恥且格(유치차격)이니라(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스스로 부끄러움도 알게 되고 올바르게 된다).”하여 법치의 타당성을 말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올바르게 이끌어내는 덕과 예의 교화를 강조하였다.
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국가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국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면서 재산이나 신분의 차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적용되고 만민에게 공평하게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