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5·18 기념사까지 손대 PC서 33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도 발견 2013년 박 대통령 연설 내용 상당 부분 달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10월 25일(화) 20:26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2013년 제3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까지 손댄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당시 기념식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 행사였다.

JTBC가 입수해 2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순실씨 PC에서 발견된 대통령 연설문’ 중에는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가 포함돼 있다.

최씨의 PC에서 발견된 5·18 기념사 내용은 박 대통령이 2013년 당시 실제 국립 5·18민주묘지 현장에서 연설했던 기념사와 문구와 어순, 표현방법이 상당 부분 달라 첨삭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PC에서 발견된 기념사가 최씨가 손을 대기 전 기념사 원본 파일로 추정되는 이유다. 특히 최씨의 파일에 있던 기념사 내용 중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담은 내용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실제 연설 당시 누락돼 고의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실제 누락된 문구는 ‘5·1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나아가 세계인들이 자유와 인권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선배 세대들이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광주의 힘, 광주의 정신을 믿고’ 등이다.

또한 ‘여러분께서도 국민 모두가 서로를 믿고 힘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중심이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가 ‘민주화를 위해 고귀한 희생과 아픔을 겪으신 여러분께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로 수정됐다.

이와 함께 ‘고귀한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를 선도해 주신 광주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가 ‘5·18 민주화운동의 날에 다시 한 번’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반면, PC 파일에 없던 ‘저 역시 매번 5·18 국립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족들과 광주의 아픔을 느낍니다’는 문구가 실제 연설 당시 추가됐다.

PC 파일과 실제 연설 내용이 다른 것이 최씨가 연설문에 손을 댔다는 증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씨가 박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 손댔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5월 광주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여된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