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사도 포함된 ‘최순실 파일’ 충격

2016년 10월 26일(수) 19:18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파일이 거대한 블랙홀처럼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특히, PC에서 발견된 박근혜 대통령의 5·18기념사를, 실제 낭독했던 전문과 비교해 본 결과 10여 곳에서 수정된 것으로 드러나 지역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3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국립 5·18민주묘지 현장에서 연설했던 기념사의 문구와 어순, 표현방법이 상당폭 달라 첨삭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5·1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나아가 세계인들이 자유와 인권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선배 세대들이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광주의 힘, 광주의 정신을 믿고’ 등의 문구는 누락됐다.

또한 ‘여러분께서도 국민 모두가 서로를 믿고 힘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중심이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가 ‘민주화를 위해 고귀한 희생과 아픔을 겪으신 여러분께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로 수정이 이뤄졌다.

아울러 ‘고귀한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를 선도해 주신 광주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가 ‘5·18 민주화운동의 날에 다시 한 번’으로 의미가 축소됐고, ‘저 역시 매번 5·18 국립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족들과 광주의 아픔을 느낍니다’는 문구는 추가됐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을 인정한 자체도 문제이지만, 여기에 5·18과 관련된 부분이 포함된 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최씨가 실제로 이상의 내용을 수정했는지 여부, 수정해서 청와대에 전달했는지 여부 등이 확인된다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에 결여된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고, 5월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메가톤급 충격을 넘어서 ‘최순실 파일’은 전 국민을 패닉 수준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출된 문건에 연설문 외 국가 기밀 문서도 있었고,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실체적인 진실 규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