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이 광주시금고를 맡으려면~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10월 26일(수) 19:18

세월이 하 수상하다. 도하 언론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25일 대통령은 사과했다. 광주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사까지 손을 봤다고 한다. 최순실씨가 본 다음 원본과 내용이 달라졌다고 하니, 최순실씨가 생각하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떤 것인지 참 궁금해진다. 내 참~.

지독한 향토주의자인 필자는 이 와중에도 광주전남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호남은 저성장시대로 진입하면서 적잖은 경제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경제가 무너지면 가장 가난한 지역이 훨씬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올해 치러진 4·13국회의원 선거에서 호남이 전통 민주당을 갈아엎고 제3당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민주당 독점체제에 대한 징벌 차원을 넘어 정치에 짓눌린 호남경제 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본다.

지금 호남 경제는 무기력에 빠졌다. 지역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서민경제가 위협받고 있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문을닫아 지역의 살림살이가 전국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남지역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를 보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다. 이러다 호남이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면서 ‘극빈층 도시’로 전락하고 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따라서 ‘호남당’이라 지칭되는 국민의당은 4·13몰표에 담긴 호남경제복원의 사명을 한시도 잊으면 안된다. 광주·전남·전북의 내년 예산 확보는 물론 차별을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어떤 심판에 직면할지 모른다. 국민의당 뿐 아니라 광주시청 전남도청도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기관과 함께 광주은행도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 전북은행지주가 인수한 광주은행은 향토은행이자 호남은행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민들이 4조원이나 되는 광주시청 금고 지정을 앞두고 많은 의견을 내놓은 이유다.

광주은행은 48년 동안 ‘향토은행’이란 트레이드마크 등을 내세워 광주시 금고를 맡아왔다. 1968년 창립된 이듬해인 1969년부터 올해까지 광주시 금고를 맡아왔다. 광주은행은 올해 광주시 재정 규모의 95%가량인 4조2천여억원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정을 앞두고 향토은행으로서 시 금고를 계속 맡아야 한다는 여론과 48년동안 지역을 위해 뭘 했느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물론 광주은행이 지역 내에 가장 많은 영업점과 열린 코너를 갖고 있고 지역 중소기업 대출지원, 지역인재 90% 이상 채용, 각종 지역 행사 지원, 매년 당기순이익 10% 이상 지역사회 환원 등 많은 일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남 일부 기초자치단체(곡성군·구례군·진도군)에 영업점이 없고 광주·전남지역에서 시중은행보다 영업점포가 적은데다 해마다 사회공헌 지출(2013년 131억5천900만원·2014년 107억4천300만원·2015년 91억1천만원)을 줄이는 것은 수십년 기득권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다.

이제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4조원대 광주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호남은행인 광주은행은 지역사회에 호남경제발전 전략을 국민의당 이상으로 내놓아야 할 책무가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경남은행이 ‘내 고장! 힘이 되는 따뜻한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 향토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천명하는 장면을 보았다. 43년 전 내걸었던 창립 정신을 구현하는 등 지역 향토은행으로서 역할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지역 중소기업 육성과 지역민 금융편의 제공, 지역 고용창출과 인재양성 등 체계적인 실천계획을 실천결의문에 담아발표했다.

필자는 2015년 6월25일자 ‘김한 광주은행장의 호남혈맥’이란 칼럼에서 역사속의 호남인물 하서 김인후(1510-1560)의 후손이 호남은행의 수장이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장성 필암서원에 배어있는 올곧은 호남사상의 피를 ‘호남금융에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호남 명문가 후손답게 광주정신·호남사상의 피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는 점을 잊지말라고 얘기했고, 광주와 화학적 결합을 했지만 혁신과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금융산업의 탄탄한 토대를 구축해주길 소망했다.

따라서 호남지역 은행 최고 수장인 김한 광주은행장에게 다시 한번 주문한다. 광주은행을 인수한 후 지난 2년 동안 광주와 전남, 전북에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시라. 그동안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광주은행을 잃지 않기 위해 광주전남 지역민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았는지 다시 되새겨보시기 바란다. 호남경제가 최악이라는 인식을 했다면 지역민이 광주은행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잘 점검해보시라, 지역 현안 사업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중소기업 상인과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이 되었는지 스스로 평가해보시라.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차별받고 소외된 호남경제의 중심에 선 광주은행은 은행 역할 이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지방금융에 대한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가 잘 살기 위한 것이라면, 금융은 이를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산업으로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 역할을 해내야 한다.

광주은행은 이 시점에서, 지역민이 원하는 얘기가 뭔지 숙고해보기 바란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