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축제를 다녀와서 권명숙의 인문학 산책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외래교수

2016년 10월 27일(목) 18:49

국화꽃 향기를 찾아 며칠 전 함평군에서 개최하는 국향대전에 다녀왔다. 초창기에 한 번 다녀온 후 10여년이 지나 다시 찾았는데 여러 가지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드넓게 가꿔진 국화 밭 사이의 오솔길을 걸으며 꽃향기를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국화를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들을 설치하고 그 사이사이에 지역민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놨다. 축제를 통해 지역민의 민생을 돕고자 하는 관청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맹자(孟子)’ 첫머리에는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찾아가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그 중 한 대목이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서도 떳떳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고, 일반 백성은 떳떳이 살 수 있는 생업이 없으면 떳떳한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떳떳한 마음이 없어지게 되면 여러 가지 죄에 빠져들게 되는데, 백성들을 죄에 빠져들게 한 후 이들에게 형벌을 가한다면 이는 어진 왕이라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다. 백성들이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지도자가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돼 단체장을 지역민의 손으로 뽑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지역은 눈에 띄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비해 어떤 지역은 여전히 침체된 채로 남아있다. 이러한 차이에는 단체장의 역량이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일터나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지도자의 역량이 여실히 반영되고 있음을 본다. 과거 중학교에 근무할 때에는 교장선생님의 역량에 따라 학교환경이나 구성원들의 생활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봤다. 또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역량에 따라 아파트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몇 번의 이사 경험을 통해 느껴왔기 때문이다.

파란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고운 산천을 배경으로 각 지역마다 가을축제가 한창이다. 이런 가을 풍경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감정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풍요로움과 기쁨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좌절과 쓸쓸함에 젖는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상쾌한 기후에서 한껏 여유로움을 갖기도 하는데 이는 각기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양 문화의 저변에 배어있는 오행사상에 의하면 가을은 의로움의 계절이요 분노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는 오행사상이 형성될 즈음 한족(漢族)이 가을에 유독 주변 유목민족들과 전쟁을 자주 겪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인간의 삶과 문화는 여러 조건에 의해 달라지지만 그 중 경제력은 주요 요인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국향대전 초창기의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든다. 그러나 올해 축제를 다녀와서도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름다운 국화꽃 조형물들과 함께 민생을 돌보고자 하는 관(官)의 의지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