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에 갇힌 ‘예술청춘’에 꿈 날개 단다 ●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오늘 개관 창작 공간·다목적실·문화카페 등 무료 지원 미술·문학·연극·음악 청년 문화활동 활성화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6년 10월 27일(목) 18:49

청년예술인지원센터 외관(왼쪽)과 광주 출신 윤준영 작가의 2층 창작공간 작업 현장(오른쪽).

“그림을 그리는 건 나중 문제에요. 일단 ‘집값 싸다’고 소문난 동네를 찾아다니면서 가장 월세가 싼 곳이 어딘 지를 찾아요. 너무 오래된 건물이라 좀 무섭긴 해도 저는 그나마 나은 편이죠. 어떤 작가들은 그냥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본인의 방을 작업실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상 작업실과 주거 공간은 독립돼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면서도 계속 작업은 이어가요. 작품이 팔릴 거라는 기대보다 그냥 ‘예술가’로 태어난 숙명 때문인 것 같아요.”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청년작가가 이같이 말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지역청년예술인들의 현주소다.

‘예술가’란 이름 아래 지자체의 도움을 받거나 개인전을 열기는커녕 그림을 그릴 공간조차도 없다.

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광주비엔날레에 참여 작가로 발탁되면 상황은 이전보다 약간 나아진다고 한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목숨을 걸고 모두들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는 대체 언제까지 배고파야 할까. ‘예술은 원래 배고프다’는 통념 자체가 예술가들을 더욱 배고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청년예술가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공간이 광주에 문을 연다.

광주시립미술관은 28일 광주 남구 사직동 옛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건물에 청년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거리, 양림동 등 주요 문화예술 환경과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3층 규모의 건물은 1억8천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청년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당초 이 곳은 광주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만큼 미술 분야만 집중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문학, 연극, 음악 등 광주지역 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예술가나 문화기획자, 공연 단체 등에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1층에 들어서면 문화카페와 세미나실이 눈에 띈다. 문화카페는 무인카페 형식으로 청년예술인들이 모여서 차도 마시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세미나실은 청년예술인들을 위해 문화계 인사들의 강연이 열리기도 하고 젊은 예술인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강의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청년예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2층에는 창작 공간과 청년문화기획실이, 3층엔 창작 공간 3곳과 다목적실이 있다.

총 4곳의 창작 공간엔 현재 광주시립미술관과 교류전시를 했던 광저우 작가 1팀, 상해 작가 1팀, 지역작가 2명이 들어와 있다. 입주 작가들이 11월 말께 작업을 마치면 상시접수를 통해 지역작가들을 유치할 방침이다. 입주기간은 6개월이다. 연극, 음악, 문학 등 청년예술인들은 사전 접수를 통해 창작 공간이나 다목적실 등 원하는 공간을 시간제로 사용할 수 있다.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21세기를 선도하는 융·복합문화를 함께할 청년예술인을 지원하겠다”면서 “예술교육과 창작 지원을 통해 청년예술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식은 28일 오후 5시 열린다. (문의 062-613-7145)/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