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확산…접대문화 변화 바람 ●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고급 한정식·일식점 매출 급감…구매식당 북적 소비심리 위축 경기 침체…여가문화도 바뀌어 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

2016년 10월 27일(목) 19:46

28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한달을 맞는다. 시행 전부터 우리 사회를 바꿀 것으로 예상했던 청탁금지법은 실제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청탁금지법 이후 더치페이 확산 등 접대문화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고급 음식점과 화훼업계, 대리운전 업계가 직격탄을 맞는가 하면,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부각되고 있다.

◇고급 음식점 손님 ‘뚝’= 고급 음식점 등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이전 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데다,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 상무지구 A일식전문점 사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13개 방 중 절반이상 차는 경우가 단 하루도 없었고, 매출도 3분의 1이 줄었다”면서 “이러다 문을 닫아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줄어드는 매출을 감수하고라도 영업을 계속하는 음식점이 다수지만 업종전환도 하지 않은 채 아예 문을 닫아버린 집도 상당수다. 관공서 구내식당은 이 법의 시행이후 가장 인기 있는 점심식사 장소가 됐다.

◇화훼업계·대리운전 업계 ‘휘청’= 청탁금지법이 경조사비를 제한한 탓에 지역 화훼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결혼 시즌과 연말 승진 인사철을 맞았으나 꽃 소비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탓에 꽃이 잘 자라지 않아 공급 물량이 줄면서 가격까지 올라 화훼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광주원예농협과 aT 화훼공판장 등에 따르면 최근 한달 동안 광주지역에서 화환이나 난 종류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남구 진월동 화훼농가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으로의 화환 배달 횟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대리운전 업체도 수요가 줄어든 대표적인 업종이다. 저녁 접대 자리가 줄어들면서 유흥업이 위축되다 보니 자연스레 타격을 입었다.

대리운전자 이모(52)씨는 “대리 콜이 많았던 상무지구 같은 경우 콜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취미 생활 변화= 주말·휴일 여가 문화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공무원과 언론인 등 가운데 골프 대신 등산, 자전거 등 새로운 취미를 발굴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김모씨는 “그동안 골프 모임을 했던 지인들과 등산 모임을 결성했다”며 “골프 대신 주말과 휴일에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등산, 자전거 용품 업체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