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0’ 찬바람 부는 서민경제 오승지 경제부 기자

2016년 10월 30일(일) 19:16

최근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택시기사의 씁쓸한 넋두리를 들어야 했다. 근 한 달은 밤에 이용하는 손님이 줄어 수입에 적잖은 타격이 있다며, 이것은 정작 택시기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말끝마다 붙는 “김영란법 때문에…”라는 말은 상황을 짐작케 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말도 많고 우려도 있었지만 법의 효력이 생김과 동시에 한국사회 생활 풍속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업종별로 희비교차를 가져왔다. 한창 결혼시즌에도 불구하고 대목을 맞은 화훼업계는 전국적으로 거래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가량 줄어들었고, 난류 및 화환에 많이 사용되는 꽃 품목의 경우 최대 20-50% 거래량이 감소했다. 게다가 접대문화를 기피하면서 대리기사나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도 크게 줄어 서민경제에 적신호를 알리는 듯했다.

반면 업무성 저녁식사나 술자리를 피해 가정에서 저녁을 먹는 문화가 생기며 식품군 및 홈트레이닝 운동기구의 매출이 전체 신장률을 크게 넘어 유통업계의 모습 또한 달라졌다.

이처럼 법 시행 이후 소비 패턴의 변화, 각자내기의 보편화, 가족 중심 여가생활의 증가 등은 선진 청렴사회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공감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하지만 ‘3-5-10’이라는 틀에 갇혀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선다. 고마움의 표시로 주로 쓰이던 한우·굴비 등 농수산 분야의 매출 하락으로 나타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농수산식품 일부 품목의 물가 폭등으로 서민경제는 허리가 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부합동TF를 구성해 법령 해석과 현실적 관행 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법 시행에 앞서 서민경제 위축의 부작용을 예견한 여론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뒤늦은 사태 수습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나눔의 미학과 품앗이로 정을 나누는 한국사회 전통의 맥이 법의 잣대에 끊겨선 안 된다. 겨울을 연상시키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서민경제가 얼어붙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