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말씀…서각·민화 작품에 오롯” 서각 작가 관현 스님·민화 작가 경현 스님 “죽은 나무 새 생명 불어넣어 프랑스 파리서 서각 작품展도” “뉴질랜드서 포교 중 민화 빠져 우리 역사 작품으로 알리고파”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6년 11월 08일(화) 19:32

관현스님(왼쪽). 경현스님.

종교와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교인은 신앙·포교 활동을 하면서 예술 작품으로 종교의 가르침을 전하기도 한다. 어려운 종교의 말씀을 예술로 풀어내니 신도들에겐 신앙적 의미가 더욱 와 닿고, 종교인들에겐 사명감과 자긍심이 예술을 통해 더욱 발산되기도 한다. 최근 예술하는 스님 두 분을 만났다. 진주 고성 보문암 관현스님과 울산 극락사 경현스님이다.

관현스님은 속세의 나이로 19세에, 경현스님은 4살의 나이에 불교에 귀의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출가해 산 속에서 생활한 두 스님은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다. 오랜 시간 비구니로 경상도 지방을 맴돌며 살아오기도 했고 계를 함께 받기도 했다. 또한 운문사 승가대학에 동시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도 하는 등 인연을 이어 왔다.

인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스님은 ‘예술’이란 하나의 매개체로 다시 만났다. 관현스님은 나무를 깎고 색을 입혀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는 ‘서각’ 작업을, 경현스님은 옛 선조들의 얼이 담긴 ‘민화’를 그리고 있다.

관현스님은 진주 고성 보문암에서 지내는 비구니다. 8년 전부터 서예를 배우면서 붓글씨의 매력에 빠졌고 5년 전부터 서각 작업을 해 왔다. 서각은 본래 팔만대장경 등 인쇄용 목판이나 현판주련 등에서 보이듯 나무판에 입체감 있게 글과 그림을 새기는 것이다.

관현스님 作

관현스님은 수행자로서 죽은 나무에 부처님의 경구절로 숨결을 불어넣어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는 점에 서각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목재 이학박사 목민 류현수 교수를 만나 본격적으로 서각에 몰두하게 됐다. 서각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나무를 깎고 새기고 여백 파내기를 반복하며 마지막에는 천연 단청 안료로 끊임없이 덧칠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땀, 열정을 쏟아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서각에만 몰두한 것은 5년 정도 됐지만 관현스님은 올해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서각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6프랑스 카루젤 뒤 루브르 살롱 아트쇼핑’에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스님이 속해 있는 한국서각협회 회원 27명과 함께 국제 앙드레말로 협회의 지원으로 전시를 열어 프랑스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도 얻었다.

관현스님은 “종교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면서 “앞으로도 글씨 한 자 한 자의 조형적 특성과 예술적 가치는 물론 글씨가 품고 있는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현대인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현스님이 서각 작품에 부처님의 말씀을 담았다면 경현스님은 민화를 그리며 불교정신을 알리고 있다. 민화는 옛 조상들에게 부적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액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에서다. 또한 민화는 색깔이 있는 돌을 갈아 아교에 섞어 만든 물감으로 채색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만큼 예로부터 승려들은 산 속에서 수행하면서 민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경현스님 作 ‘일월부상도(왼쪽)’ ‘화조도(오른쪽)’

경현스님은 7년 전부터 민화를 그려 왔다. 스님은 2000년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하면서 이순귀 민화사랑 대표를 만났다. 이 만남이 스님과 민화 작업과의 인연을 만들어 줬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경현스님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환희정사에서 머무르던 어느 날 연꽃을 주제로 그린 민화 작품을 만나게 됐다. 그 때 봤던 연꽃의 고고한 채색과 매력에 흠뻑 빠져 ‘나도 한 번 그려볼까’란 생각을 했다. 이후 직접 연꽃을 그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종교인으로서 포교 활동과 함께 예술 작업도 하니 건강이 많이 나아졌다. 연꽃만 그리던 경현스님은 차츰 동물, 풍경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울산 극락사에 머무르고 있는 경현스님은 앞으로 극락사 기와 1만장에 연꽃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찰 일대를 연꽃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 경현스님의 꿈이다.

경현스님은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 온 민화는 내포하고 있는 예술적 가치가 더욱 크다”면서 “향후 1만장 기와에 연꽃 그리는 작업과 함께 절을 방문하는 보살님들에게도 민화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현스님과 경현스님의 작품은 오는 12월3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광주매일신문 주최로 열릴 정율스님 힐링콘서트 때 만나볼 수 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