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山河 아우르며 세상살이 공부하는 터… 신라 불교 최초도래지 [사찰문화기행] 아쇼카순례단-해설이 있는 사찰 순례 구미 도리사(挑李寺)

2016년 11월 17일(목) 18:52

새로 조성한 사리탑과 적멸보궁.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마터면 순례가 중단될 뻔했다. ‘이게 나라냐, 대통령은 하야하라’. 성난 민심이 100만 개의 촛불이 돼 타오르던 그날, 전세버스도 모두 서울로 가는 바람에 동이 났다. 겨우겨우 길을 나섰다.

얼마 전까지 도리사(桃李寺)는 경북 선산군(옛 일선군)에 있던 사찰이었다. 1995년 구미시와 선산군이 통합되면서 구미 도리사가 됐다.

구미에서 낙동강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 태조산(냉산)이 나온다. 도리사의 안산이다. 해발 692m로 그리 높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산이다.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곳이기 때문이다.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시기는 삼국시대이다.

가장 먼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 중국 전진의 왕 부견이 사신과 함께 승려 순도를 고구려에 보내 불상과 경전을 전했다.

12년 후 백제 침류왕 1년(384)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오늘의 영광 법성포로 들어왔다.

도리사 극락전.

신라는 고구려, 백제에 불교가 전래된 지 150여년 후에 이차돈이 순교하고 법흥왕이 불교를 국교로 공인했다.

이 같은 삼국의 불교 전래는 국가에서 공인했던 때를 말한다. 실제로 불교는 이보다 먼저 민간에 전래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신라불교의 최초 사찰로 알려진 도리사(417년 창건)가 바로 그 현장이다.

요즈음 도리사가 자리한 태조산은 붉고 노란 가을 옷을 갈아입어 황홀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절 이름인 복숭아(桃)와 자두나무(李)는 보이지 않는다.

절에 가까워지면서 아름드리 노송이 즐비하다.

옛말에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다. 저 소나무들도 한때는 볼품없어 사람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쓸만한 나무는 일찍 베여 여염집 기둥이 됐고, 쓸모없던 나무가 도리사를 외호하고 있다. 이제는 안락과 편안함을 주는 노송이 되어 사람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네 세상살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 지탄받는 대통령과 주변사람들도 한때는 잘났다고 떠벌렸을 것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각설하고,

석존탑과 사리.

1천600년 전 도리사를 창건한 이는 묵호자 아도화상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제19대 눌지왕 때 승려 묵호자(墨胡子)가 고구려에서 일선군에 오자 고을 사람 모례(毛禮)가 집 안에 굴을 파서 살도록 했다. 이때 양나라에서 향(香)을 보내 왔는데 군신들은 그 향의 이름과 쓰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사람을 시켜 향을 가지고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쓰임새를 찾았다.

아도화상이 이를 보고 말하기를 “이것은 향이라는 것으로, 태우면 향기가 몹시 풍기는데, 이는 정성이 신성한 곳에까지 이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것을 태우고 축원하면 반드시 영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공주의 병이 위중해 아도화상을 불러 향을 피우고 축원하게 했더니 공주의 병이 나았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병든 공주를 살린 아도화상은 모례장자의 집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했다. 아도화상은 모례장자의 집을 큰 부자로 만들고 길을 떠났다. 아도화상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모례장자에게 칡 순을 따라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몇 해 후, 모례장자 집에 칡순이 들어와 따라가보니 복숭아와 자두 꽃이 핀 별천지아래 좌선대에서 아도화상이 정진하고 있었다. 아도화상이 바랑을 건네며 시주하기를 권했다. 모례장자가 작은 바랑에 쌀을 퍼부어도 희유하게도 채워지지 않았다. 천 섬의 쌀을 넣고 나니 그때야 바랑이 찼다. 이렇게 해서 지은 사찰이 도리사다.

창건 이래 1천50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도리사가 들썩였다.

1977년 석종형 부도를 닮은 세존사리탑에서 쌀알 같은 부처님 진신사리 1과가 출현한 것이다. 사리는 독특하게 육각형태의 금동육각사리함(국보 208호)에 봉안돼 있었다. 이 사리함은 8세기에 만들어졌다가 조선시대에 다시 봉안된 것으로 밝혀졌다. 도리사는 1987년 새롭게 사리탑과 적멸보궁을 조성하고 사리를 봉안했다.

도리사 전경.

또 하나 도리사에서 주목받는 탑이 있다. 극락전 앞뜰에 자리한 화엄석탑(보물 제470호)이다.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으로 전체적으로 5개 층을 이루고 있으며, 아랫부분은 전탑형식이고 윗부분은 석탑형식이다. 이처럼 전탑과 석탑양식이 함께 나타나는 것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으로 국내에 하나뿐이다. 아쉽게도 현재 화엄석탑은 해체보수중이어서 자세히 참관하지는 못했다.

도리사의 중심은 극락전(유형문화재 466호)이다.

정면과 측면이 각 3칸인 팔작지붕 건물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1875년(고종 12) 용해(龍海)스님이 중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870년 중건된 경복궁 근정전의 공포 구성양식과 유사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말기의 건축특징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1645년(인조 23)에 조성한 목조아미타여래좌상(문화재자료 제314호)과 1876년(고종 13)에 조성한 아미타후불탱을 봉안하고 있다. 근래에 지장탱과 신중탱을 조성하여 봉안했다.

이밖에 극락전 앞 비탈진 소나무 숲에 아도화상사적비와 불량답시주질비(유형문화재 제291호)가 함께 자리해 있다.

아도화상좌선대와사적비.

아도화상사적비는 1655년(효종 6)에 세운 것으로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한 사적을 적은 것이다. 불량답시주질비는 도리사에 논밭을 시주한 이의 이름과 논밭규모를 적어놓은 비석이며 1712(숙종38)에 세워졌다.

비석 옆에는 아도화상이 참선했다는 좌선대가 당당하게 자리해 있다. 커다란 바위를 편편하게 깎아 놓은 좌선대는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세상사 복잡함이 모두 사라질 것만 같다.

도리사 참배를 마치고 소나무 밭을 지나 옆으로 돌아서니 전망대(서대)가 나온다.

아도화상이 이곳 서대에 올라 서쪽 멀리 황악산을 바라보며 ‘저곳에 훌륭한 터가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곳에 사찰을 건립했다. 오늘의 김천 직지사(直指寺)이다.

서대에서 바라보니 산 아래에 낙동강과 선산의 너른 들판이 활짝 펼쳐 보여 꽉 막힌 가슴까지 확 트이는 듯하다.

혼군(昏君)으로 가슴 답답한 이들에게 권해본다.

도리사 서대에 올라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라.

‘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

‘절’의 유래…털보네 집에 가자

백제불교 최초도래지가 부처님 법(法)을 가지고 성(聖)스러운 분이 처음 도착한 포구(浦)인 영광군 법성포(法聖浦)라면, 신라불교 최초도래지는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다.
앞의 도개(桃開)는 복숭아꽃이 열리는 고을이고, 뒤에 도개는 불교(道開)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신라 제19대 눌지왕(재위 417-458)때였다.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포교를 위해 일선군(선산) 모례(毛禮)의 집에 머물렀다.
아도화상은 낮에는 양과 소를 치는 머슴 일을 하고, 밤이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스님이 됐다. 아도화상의 도력이 통했는지 몇 년 만에 모례는 양이 천 마리, 소가 천 마리가 되어 큰 부자(長者)가 되었다. 지금도 이곳에는 양천골, 우천골과 외양간이 있었다는 우실이란 마을이 있다.
모례는 털보였나보다.
‘털보 부자’를 한자로 표기하면 ‘모례장자(毛禮長者)’가 된다.
마을사람은 물론 인근에서 밤이면 아도화상의 법문을 듣기위해 모례장자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부처님 말씀을 들으러 ‘털보네 집에 가자’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털’이 ‘덜’로 변하고 오늘의 ‘절’이 되어 ‘절에 가자’라는 말이 됐다고 한다.
절은 불상을 모시고 수행하는 곳인 사찰, 사원, 가람의 우리말이다.
일설에는 ‘절은 절을 많이 해서 절’이란 말도 있다.
아도화상이 머슴으로 살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펴던 털보네 집에는 지금도 우물이 남아있다. ‘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이라고 불리는 우물 옆에는 고풍스런 향나무 한그루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근래 들어 모례장자의 집(문화재자료 296호) 일대는 신라불교 초전지 마을조성사업이 한창이다.

라오스 불교문화 탐방 : 2017년 1월11일-15일 (비엔티안-루앙프라방-방비엥) (문의 : 062-383-3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