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과 리더십 오성수 |
| 2016년 11월 21일(월) 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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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는 해마다 1월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차 총회를 열어 시대의 화두를 제시한다. 우리에게는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명 인사들이 워낙 많이 참석해 다보스포럼이 열릴 때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곤 한다.
내년 1월17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 47회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소통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년 주제 선정의 이유다.
소통과 리더십이 내년 다보스포럼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작금의 국내 상황에 견줘보면 안성맞춤인 주제임에 분명하다.
정국은 그야말로 소통 및 리더십 부재의 총체적인 난국이다. 최순실게이트로 국정은 거덜 나고 고착화된 경기불황에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그야말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국정 농단에 치가 떨린 국민들은 연일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데 청와대는 ‘해 볼테면 해 보라’며 버티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은 청와대다. 검찰도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표를 통해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 3명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모관계라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다만 현직이라는 이유로 기소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당초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검찰수사를 받지 않고 특검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갈수록 가관이다.
당초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왜 대통령이 최씨에게 농락을 당했고, 어디까지 미쳤는지 등은 앞으로 검찰조사와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 더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별난 불통도 한 요인이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폭넓은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정책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공정한 사회를 선도할 의무가 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장관들이나 청와대 보좌진은 물론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이를 가다듬어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때로는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다양성을 조율하고 타당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지혜있는 리더는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당연히 그를 존경하고 따른다. 그래서 시스템이 취약한 나라일수록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를 망각하고 불통의 극치를 보여줬다. 국가의 체계적인 시스템 대신 비선 실세에 의존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특정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국가를 이 지경으로 내 몰았다.
국가나 크고 작은 기업도 소통하지 않고 불통에 독선으로 운영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정치는 여론을 중시하고, 기업은 시장의 흐름에 민감하다.
다만 효율적인 소통은 대면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보다 나은 소통방법은 없다. 얼굴을 맞대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의문이 생기면 질문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해법과 대안이 나온다. 현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개월동안 대통령과 독대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장관들도 대부분 대면보다는 서면으로 보고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는 소위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씨하고만 소통을 한 셈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돌아간 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다. 그나마 힘들어도 위대한 민초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아니었나 싶다. 백만명의 국민들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평화롭게 진행될 만큼 시민의식은 성숙했다. 이제는 그 에너지로 정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통과 직분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는 더 이상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분노에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