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우침주(積羽沈舟)와 안전한 사회 이성우 한국소방안전협회 광주전남지부장

2016년 11월 23일(수) 19:18

가을날 떨어진 낙엽을 바로 쓸지 않고 며칠 지나 이를 한꺼번에 치우려면 몇 배의 힘이 든다. 겨울날 눈을 제때 치우지 않고 쌓인 채로 방치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낙엽이나 눈은 쌓이기 전에 미리미리 치우는 것이 상책이다. ‘가벼운 깃털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적우침주(積羽沈舟)라는 말이 있다. 조그만 문제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평소에 해결해야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는 언제든 찾아온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면 나중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없다. 작은 것들이 쌓여 일어난다.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부분 징조가 있지만 사람들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미국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법칙을 발견했다. 한 건의 큰 사고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가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큰 사고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 시정하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부실공사와 허술한 관리, 옥상바닥 균열 등 ‘300’에 해당하는 징조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또 붕괴사고 직전에 에어컨 진동소리에 대한 고객의 항의나 벽 균열에 대한 위험 경고 등 ‘29’에 해당하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이런 징조와 작은 사고를 무시한 결과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20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는 과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지나간 옛날 일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기간 동안 전국에서는 총 1만5천483건의 화재로 745명의 인명피해와 1천566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50.9%가 부주의였다. 담배꽁초를 방치하거나, 음식물을 조리 중에 외출을 하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등 사소한 행동들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279명의 인명피해와 319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사소한 징조와 작은 사고를 무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적우침주(積羽沈舟)의 의미는 여러 사람의 힘을 합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사회가 안전해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강습교육과 실무교육에서 부주의로 인한 화재 피해 사례 전파와 예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생들이 소화기, 옥내소화전 등 소화기구 사용법 실습을 통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과 명절에는 유스퀘어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공공기관과 정부의 안전정책 추진 및 안전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 겨울에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노력을 투자하자. 오늘의 수고를 감수하고 같이 발맞춰 힘차게 전진하자. 지금의 노력이 비록 사소하다 할지라도 우리의 후손과 지역사회에 안전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출발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