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한 가락이 아득한 뱃노래로 들리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07)

2016년 11월 28일(월) 20:12
江村夜興 (강촌야흥)
석문 임규

달빛 가려 침침한데 까마귀 물가 날고
안개 자욱 깔리니 강은 절로 물결치며
고깃배 어디에 머물까 뱃노래가 들려오네.月黑烏飛渚 烟沈江自波
월흑오비저 연침강자파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했다. 어디를 가나 정취가 곱고 아름다운 곳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맑은 공기에 기름진 옥토, 순하디 순한 배달의 겨레, 아리랑과 흰 옷을 좋아해 ‘백의민족’이라고까지 했다. 모두가 고향 같다고 했듯, 정 붙이면 다 살만한 곳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내 나라 내 땅이다. ‘강촌을 밤에 보는 흥취에 젖으면서 안개는 자욱하게 깔리고 강은 절로 물결을 쳤으니 고깃배는 하마 어디에서 머물 것인가’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은은한 한 가락이 아득한 뱃노래 소리로 들리네(江村夜興)’로 번역되는 오언절구다.

작가는 석문(石門) 임규(任奎:1620-1687)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임영로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임연이고 아버지는 임준백이며, 어머니는 이발의 딸이다. 1648년(인조 26) 사마시에 합격한 뒤, 1670년(현종 11) 별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했고 이어 정언·장령·집의·수찬 등을 역임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밤은 침침한데 지금까지 까마귀는 물가에서 날고 / 안개는 자욱하게 깔리고 강은 절로 물결을 치네 // 고깃배는 하마 어디에서 머물 것인가 / 은은한 한가락의 아득한 뱃노래 소리가 멀리서 들리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강촌의 밤에 보는 흥취]로 번역된다. 강촌의 밤은 그지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한낮 동안 사냥에 나섰던 물새도 깊은 꿈을 꾸고 있고, 생활을 위해 낮 동안 고기 잡던 어부도 곤한 잠에 취해 있는 한가한 시간이다. 낮잠에 취했던 까마귀가 물가를 찾아 혹시나 먹이가 있지 않을까 망을 보는데, 유람선에선 낭랑한 뱃노래가 들려왔을 것이다.

시인은 안개는 자욱하게 깔리고 낮에 조용하기만 했던 강이 바람의 노래에 못 이겨 물결을 치고 있음을 상기한다. 선경의 시상을 담아 달은 침침한데 지금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한 까마귀는 물가에서 서성이고, 안개는 자욱하게 깔리고 있는 강은 절로 물결을 친다고 했다. 달이 그만 낮잠에 취해 또 오르지 못하고 침침한데 까마귀가 물가에서 서성이는 장면을 떠올렸다.

화자는 낮 동안 바쁘게 노를 저었거나 낚시나 구물을 올리는 손길은 어디서 머물렀는가를 상기시킨다.

후정의 시상은 고깃배는 하마 지금쯤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를 묻고, 선유객의 은은한 한 가락의 아득한 뱃노래 소리 멀리서 들린다고 했다. 강촌의 밤풍경의 어깨 들썩이는 흥취를 한껏 담고 있다.

※한자와 어구

月黑: 밤은 침침하다. 달이 뜨지 않아 어둡다. 烏飛渚: 새가 물가에서 날고 있다. 烟沈: 안개가 자욱히 깔리다. 江自波: 강은 저절로 물결을 치다. // 漁舟: 고깃배. 何處宿: 어디에서 머물 것인다. 漠漠: 은은하다. 조용하다. 一聲歌: 한 소리 노래. 뱃노래.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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