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이 탄핵을 주도하겠다니… 오수열 |
| 2016년 11월 28일(월)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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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대통령의 신분으로 국민들에게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겠다던 기자회견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충천해가고 있다.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정직성’이라는 것은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 때에도 사건의 본질인 ‘도청’(盜聽) 보다는 그의 거짓말이 미국민들의 더 큰 분노를 가져왔다는 데에서도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자초지종을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 혼자에게 귀결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행정부 쪽으로는 국무총리부터 최소한 장관들, 청와대 쪽으로는 비서실장으로부터 최소한 비서관들, 그리고 새누리당의 경우 주요 당직자들과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조선(朝鮮)이 그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50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티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국왕이 정도(正道)와 상궤(常軌)를 벗어나는 경우 그 직(職)과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그래서는 아니되옵니다”며 반론을 펴는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최순실이 청와대를 무상출입할 때, “이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며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관계자가 한 명도 없었고, 각종 비리를 저지를 때에도 이에 반대하는 고위 공직자가 없었다는 것은 우리 공직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기야 어찌 공무원 사회만 탓할 수 있겠는가.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과정에서, 그리고 수학(修學) 과정에서 “이래서는 안 된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보직 교수들이 없었는가 하면,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교수까지 있었다니 대학 사회 또한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지난날을 탓만 해서 무얼 하겠는가. 이제 이 혼란한 정국을 어떻게 현명하게 수습하여, 국정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2선 후퇴, 하야(下野), 즉각 퇴진, 질서 있는 퇴진, 탄핵 등 구호가 난무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해답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스러운 것은 대통령이 민의(民意)를 수용하여 야권이 추천한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스스로 하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정은 의외로 빠르게 수습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며 국민들도 새로운 정치 질서에 기대하며 생업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합법적 절차인 탄핵의 길을 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탄핵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우선 국회의 의결과정에서도 여야 제 정당의 이해관계가 다를 것이고 특히 야당만으로 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때에 새누리당 일부에서 ‘질서 있는 탄핵’을 내세우며, 탄핵절차를 지연시킬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들을 격앙시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을 막론하고, 현 상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현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제 와서 나는 ‘친박’이 아니라며 책임이 없다는 태도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이제 새누리당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에 순응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질서 형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만이 더 이상의 부역자가 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