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써보지도 못한 광주시

2016년 11월 29일(화) 19:54

광주시가 올해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쓰지 못한 채 해를 넘기는 명시이월액이 1천억원 가까이 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광주시의 명시이월 예산액은 100건, 940억원으로 집계됐다. 명시이월 사업의 기정 예산액은 1천487억원이지만 36.5%인 543억5천만원만 집행됐다.

이월액 규모도 증가세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50건(562억원)과 73건(967억원)이었던 명시이월 건수는 지난해 120건(1천541억원)으로 급증했다. 게다가 국비를 쓰지 못해 반납한 사례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 179억원에 달한다. 일선 자치구에 지원한 시비 역시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반환하는 금액이 2012년 55억원에서 지난해 102억원, 올해는 117억원으로 증가했다.

명시이월액이 많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광주시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다. 예산편성과 집행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당초 계획했던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이 애초부터 잘못됐거나 타당성이 결여됐음에도 불구 일단 예산부터 편성해놓고 보자는 식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로 인해 정작 예산이 필요한 곳만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고도 사업부서에서는 툭하면 예산타령이다. 편성한 예산조차 쓰지 못하는 판에 이런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광주시는 명시이월액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명시이월액 증가 원인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업계획 수립과 예산편성 및 집행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있는 부서에 대해서는 예산삭감은 물론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예산편성과 산출의 정확성을 높여 명시이월액을 줄일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길 촉구한다. 그래야만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광주시가 내세우는 시정철학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