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광주 고려인마을을 주목한다 홍남진 |
| 2016년 11월 30일(수) 20:19 |
|
1930년대 중반 18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던 극동지역의 고려인들은 스탈린 정부의 ‘고려인들의 일본제국주의를 위한 간첩행위와 이의 위험성 대비’라는 핑계로 1937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되었다.
몸을 누일 공간도 없을 만큼 비좁은 열차 안에 많은 사람들을 싣고 한 달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려인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황무지인 새 정착지에서도 이들은 기아와 중노동에 시달리는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1992년 1월,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등 11개 독립국가로 분리되면서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국가에서는 배타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확산됐다. 이들은 직장에서 추방당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어 다시 연해주로 모였다. 하지만 연해주에서도 거주 불안의 어려움에 처하자 조상들의 땅인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2007년부터 고려인들의 차별해소와 취업기회 확대를 도모하고자 시행된 ‘방문취업제’로 인해 고려인들의 입국이 더욱 증가하였으며, 광산구 월곡동은 인근에 하남·평동·소촌 공단이 있어 취업을 위해 2008년부터 고려인들이 본격적으로 집단거주하면서 ‘고려인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어느덧 광주시에 등록고려인이 1,500명을 넘고 있으며, 미등록인구까지 포함하면 3천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광주시는 201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고려인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고, 또 작년에는 고려인을 위한 상담·통역·취업연계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인종합지원센터’가 개소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는 한편, 한국어에 서툰 고려인들에게 한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주민한마당행사, 고려인자녀 돌봄사업 등 다양한 시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시민단체·민간기업·공공기관 등 민·관 협력의 성공사례로서 정부의 지원 없이 각계 각층의 다양한 광주정신들이 모여 전국에서 앞서나가는 고려인 지역사회 정착모델을 차근차근 일궈나가고 있으며, 이를 인정받아 작년에 국민대통합위원회 주관 ‘국민통합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고려인주민 광주공동체 정착지원’이 전국 1위인 ‘대상’을 받았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값진 광주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2017년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주 고려인 공동체인 고려인마을은 내년을 ‘2017 광주 고려인마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조직위원회를 구성, 학술포럼, 문화행사, 연극, 특화거리축제, 사진전, 음식체험과 기념행사는 물론, 특화거리 활성화를 통해 조상의 땅에서의 생존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주요행사로는 3월 고려인동포 3·1만세운동 재연행사, 4월 광산구 월곡동 제2어린이공원 야외무대에서 고려인마을 아리랑가무단 특별공연 및 강제이주 사진전, 5월 마을방송인 고려FM이 주최하는 노래자랑, 6월 국내정착 고려인동포에 관한 학술포럼, 8월 8·15광복절 기념식, 10월 제5회 고려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은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로 정하고 고려인마을 특화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먹거리장터와 고려인 강제이주 체험행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끈질긴 생명력과 확고한 정체성으로 우리 지역에 다시 뿌리내리며 희망을 싹틔우는 고려인동포 여러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