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개발·교육사업 강화 등 미래가치 투자 주력” [토크&대담]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
| 2016년 12월 05일(월)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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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박상원 편집국장
▲광산의 자치수준은 전국 상위권으로 꼽힌다. 광산구민의 자치수준은?
-지방자치 경쟁력 지수라는 명확하고 공신력 있는 지표가 있다. 한국자치공공연구원에서 11만4천개 정도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평가해 해마다 연말에 발표한다. 여기서 광산구는 작년에 전국 69개 광역시 자치구 중 3위에 선정됐다. 1위는 강남구, 2위는 서초구다. 강남구나 서초구보다 물적 토대나 도시 인프라가 뒤처진 광산구가 3위에 선정돼 모두가 의아해했다. 이유는 활발한 주민 참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민들이 따뜻한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직접 펼쳐 복지를 강화했고, 중앙정부나 광역시 또는 공공기관들이 추진한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 사업을 유치해 그것으로 마을을 보다 살기 좋게 가꾸는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 경쟁력 지수는 물적 토대나 인프라 보다는 참여와 자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주민의 자치력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자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동안 광산구가 펴온 주요 정책은?
-첫째, 광산구는 주민자치과를 2012년 8월 신설했다. 그 전에는 총무과에 속한 한 개 팀이었는데 과로 격상시켰다. 행정혁신 수준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현재 주민자치과는 주민자치팀, 마을공동체팀, 아파트공동체팀, 시민소통팀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활동 지원은 여러 방면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데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역할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공익활동지원센터는 행정과 주민 중간 지대에서 마을공동체 활동과 사회적 경제 활동을 교육, 컨설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광산구민의 참여와 자치 역량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 공공기관, NGO 관계자들이 많이 찾아오시는데, 빼놓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 공익활동지원센터다.
▲최근 광산구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1일 광산구가 지역 중학교와 ‘문화예술플랫폼 만들기’ 협약을 맺기도 했는데 어떤 사업인가?
-이 사업 이름이 ‘문화예술플랫폼 엉뚱’이다. 교실, 복도, 강당 같은 학교 공간을 학생들이 탐사하고, 여기서 얻은 영감과 상상을 토대로 학생들이 공간을 직접 바꾸는 것이 주 내용이다. 두 가지 의의가 있다. 첫째 학생들을 학교 그리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다. 공간을 누가 만들어서 갖다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토론하고 기획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집단지성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창조성, 민주적 시민의식, 문화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둘째는 특별활동이나 동아리 수준이 아니라, 정규 수업으로 이 과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건데,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학생과 교사의 창조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광산구는 예산과 함께 건축, 공예 전문가를 지원해 학생들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교육정책이라고 하면 보통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뜻하는 건데, 광산구는 공간을 활용한 놀이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 공간에 주목한 이유는?
-‘공간을 바꾸면 삶이 변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것을 입증할 실제 사례가 있다. 광산구에 있는 선운중학교에는 ‘꼬물’과 ‘2037’이라는 공간이 있다. 꼬물은 학생들이 재활용품으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공방이고, 2037은 평소에는 카페로 쓰다가 필요하면 놀이터, 전시장, 공연장으로 쓰는 곳인데 두 곳 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꼬물과 2037은 선운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는다. 가야만 하는 의무적인 학교가 가고 싶은 곳으로 변한 비결이 바로 공간 혁신에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상상력을 키워 공간 혁신을 주도하고, 여기서 자치와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과 교류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싹을 틔우는 것, 이 모든 게 공간 혁신에서 비롯한다고 판단한다.
▲최근 월곡동에 청소년 문화의 집 ‘야호센터’도 개관했다. 청소년을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키우는 거점으로 기대받고 있는데 광산구가 지역에 꼭 필요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원동력은?
-주민의 자치력과 인적 혁신, 크게 두 가지 힘이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원동력, 자치력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사는 마을을 보다 좋게 만드는 주민들의 자치가 6년을 거치면서 뿌리를 제법 깊게 내리고 있다. 이런 일에 참여하는 주민이 더 증가하고, 활동 역시 활발해지면서 그 관심을 교육 영역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두 번째 원동력인 인적 혁신은 사람이다. 교육 사업을 위해 광산구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공간 혁신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거둔 현직 교사를 교육정책관으로 영입했다. 이 분이 교사로 재직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선운중학교 꼬물과 2037을 기획했다. 교육정책관의 활약은 광산구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주민들의 향상된 자치력과 현장 전문가의 상상력 그리고 행정의 네트워크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광산구 하면 ‘복지’가 떠오를 만큼 전국적으로 탄탄한 복지망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도 복지 성과로 국민대통합위원회와 보건복지부로부터 각각 우수기관과 최우수상에 선정됐는데, 비결은?
-지난 9월9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15년 지역사회보장계획 시행결과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그보다 이틀 전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주관한 국민대통합 우수사례 평가에서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의 마을등대 사업이 최우수상에,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더불어락 자치운영 사업이 우수상에 선정됐다. 광산구 복지정책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복지 사각지대를 민과 관이 연대해서 풀어가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복지의 주체로 국가를 생각한다. 국가는 복지를 시행할 때 조건과 기준을 따진다. 문제는 이 기준과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복지 혜택을 못 받는데, 실제로는 생활이 굉장히 어려운 분들이 많다. 이런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광산구 복지 정책의 지향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이냐. 국가는 기준에 안 맞다고 복지혜택을 주지 않고, 그렇다고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해드릴 방법도 없다. 그래서 저희들이 생각한 것이 이웃이 이웃을 살피는 공동체 복지를 펼치자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잘 대처하고, 동시에 마을 공동체를 지역에 복원해 나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광산구가 지난 8월29일 광주 최초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열었다. 금융과 복지가 만났다는 점에서 관심인데,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주요 사업은?
-광산구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임무는 크게 두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악성채무로 고통받는 주민께는 파산면책 또는 개인회생 같은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대부업체의 불법적이고 과도한 빚 독촉에는 변호사를 채무자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도록 한다. 대부업체가 법을 잘 지키도록 살피고, 기금을 모아 악성채무를 소각하는 롤링 주빌리 운동도 할 계획이다. 둘째,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는 금융교육과 금융복지상담사 양성에 나선다. 한 마디로 고질적인 빚의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도록 법률 지원과 악성채권 소각을, 그리고 모든 주민들이 바람직한 금융을 식별하고, 잘 이용해서 삶의 질을 높이시도록 금융복지 교육과 캠페인을 제공한다고 보시면 된다.
▲그런데 개인이 진 빚을 굳이 공동체가 갚아줘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다. 이에 대한 견해는?
-재벌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공적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은가? 대기업이 휘청거려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막자는 논리에서 지원해주는 건데, 서민들의 빚 문제 역시 마찬가지 논리로 봐야 한다. 채무자들이 속된 말로 ‘배째라’하면서 버티는 도덕적 해이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채무자들은 빚을 갚음으로써 고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문제는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빚 때문에 가정과 사회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대부업체로부터 비인격적이고 혹독한 추심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생계형 채무자들에게 원금과 과도한 연체이자를 요구하며 삶을 노예화 하는 현실을 계속 모른 척하고 방치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 요즘 TV 광고나 길거리 전단지에 대출하라는 광고가 넘쳐난다. 약탈적 자본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고, 반인권적인 채권 추심도 묵인하는 사회 역시 현 사태에 책임지고 수습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논리로도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생산적인 활동이 이어져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정국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럽다. 이에 대한 문제와 대책을 칼럼을 통해 소견을 밝히기도 했는데?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문제다. 그래서 그 해법은 권력의 분산이다. 대통령, 검찰,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쪼개야 한다. 그 쪼갠 권력을 의회, 지역 그리고 다양한 선출권력으로 나눠야 한다. 사례하나를 들겠다. 2010년 취임한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사임해야 했다. 2007년 주지사 시절 가족 여행비 720유로(약 90만원)를 친구가 대신 내주고, 은행에서 통상 금리보다 1% 낮은 이율로 돈을 빌린 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프 대통령은 하야했다. 독일사회의 엄격한 정치윤리에 상호 견제하는 분산된 권력들의 힘이 동시에 압박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거다. 앞으로 어떤 식이든 개헌이 추진될 텐데, 권력의 분산, 보다 정확하게는 지역의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새로운 헌법이 담아야 한다.
▲앞으로 광산구정 운영 방향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 이는 주로 인재개발, 교육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인데, 사람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효율이며, 지역의 활로를 개척하는 것도 사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그동안 추진했던 구정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광산구가 작년 지방자치경쟁력지수에서 전국 구 단위 중 강남구와 서초구에 이어 전국 3위에 선정됐는데, 이것은 어디서부터 비롯됐느냐 하면 바로 주민 참여로부터, 사람의 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도 자치가 진보이며 참여가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실천하겠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광산=주형탁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kyg@kjdaily.com 광주매일TV 개국 1주년 기념 ‘토크 &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