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기암절벽에 계류가 숨바꼭질하듯 감돌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운일암반일암 숲길 (진안 고원길 9구간)

2016년 12월 06일(화) 18:54

명도봉 자락 팔각정에서는 운일암반일암 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20-30m 높이의 기암절벽은 깎아지른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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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많고 자연이 잘 보존돼 있는 진안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고장이다. 진안에서도 주천면은 산 공화국이라 할 만큼 대부분의 지역이 산으로 이뤄져 있다. 산 높으면 골짜기 깊고, 명산에 아름다운 계곡이 깃든다고 했던가? 진안군 주천면에는 운일암반일암계곡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어 예로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운일암반일암계곡의 자연미를 즐기며 걸으려한다. 진안 고원길 9구간, ‘운일암반일암 숲길’이다.

운장산 북쪽 골짜기에서 시작돼 주천면소재지를 지나 용담호로 흘러가는 주자천은 명도봉과 명덕봉 사이 협곡을 지나게 되는데, 이 곳의 이름이 운일암반일암계곡이다. 진안 고원길 9구간이 시작되는 삼거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자천이 유유하게 흘러간다. 주자천은 이곳 삼거마을에서 무릉천과 합류한다. 바위가 치마폭처럼 감싸고 있는 노적봉 앞으로 흐르는 계곡이 운치를 더한다. 노적봉은 볏가리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낙엽을 밟는 소리는 가을이 가는 소리고 익숙한 것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과정이다.

노적봉쉼터를 지나 계곡 옆 숲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고요히 들려오고, 숲길에서는 낙엽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낸다.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운일암반일암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칠은교에 서니 유유히 흘러오는 계류가 주변 산과 어울린다.

멀지 않은 곳에서 노적봉이 거침없이 흘러가는 운일암반일암계곡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계곡가에 군집해있는 푸른 소나무들은 다소 쓸쓸한 분위기를 청신하게 바꿔준다.

고원길은 칠은교를 건너지 않고 명도봉 방향으로 숲길을 따라서간다. 푹신하게 밟히는 낙엽을 밟으며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한다. 낙엽소리는 가을이 가는 소리이고 익숙한 것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더욱 성숙되고 깊어진다.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어서 운일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명도봉 비탈을 올라서자 전망대 역할을 하는 팔각정이 기다리고 있다. 팔각정에서 올라서니 운일암반일암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산은 갈색과 회색, 녹색이 모자이크 같은 색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팔각정에 앉아 운일암반일암계곡과 주변의 산들을 바라보면서 망중한을 즐긴다.

출렁다리로 내려서자 산비탈 전망대에서 보았던 운일암반일암계곡의 흐름이 유유하다. 계곡은 명도봉 자락 기암절벽을 감돌면서 흘러간다. 지금이야 계곡 옆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뚫려 있지만 70여년 전까지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이고,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어서 운일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불렀다. 이렇게 하여 운일암반일암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우리는 도로를 따라 도덕정으로 올라가면서 운일암반일암계곡의 진수를 맛본다. 20-30m 높이의 기암절벽은 깎아지른 듯하고, 기암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집채만한 바위들을 숨바꼭질 하듯 돌고 돌아간다. 바위와 계류가 이룬 풍경만 해도 절경인데, 여기에 푸른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갈색 활엽수들이 암회색 바위에 분장까지 해주니 운일암반일암계곡의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할 바 아니다.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들은 형제바위·중선바위·천렵바위·대불바위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운일암반일암계곡 주변의 아름다운 바위와 담 28곳을 운일암반일암 28경으로 부르고 있다.

와룡암은 용이 누워있는 것 같은 바위와 계류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운일암반일암계곡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정자, 도덕정에 오른다. 우리는 도덕정에 앉아 운일암반일암 풍경에 감동한다. 도덕정에서 본 계곡은 계곡가의 기암절벽은 물론 명도봉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풍경미가 더욱 고조된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은 아름다운 한 폭의 실경산수화다.

우리는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데크길을 걷는다. 계곡 옆 숲속에 데크길을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해놨다. 데크 위에도 낙엽이 쌓여 늦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계곡에 바짝 붙은 데크길을 걸을 때는 물위를 걷는 것 같다. 기암괴석과 집채만 한 바위로 이뤄진 위쪽과는 달리 출렁다리 아래쪽은 주변이 숲으로 이뤄져 있고 작은 바위와 자갈밭이 있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협곡을 빠져나가자 넓은 주차장과 야영장이 나온다. 주차장 앞 다리를 건너 잠시 주자천변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주양교 다리를 건너 우리를 닥밭골로 안내한다. 고원길은 곧바로 주자천을 따라 내려가지 않고 명도봉 남쪽 골짜기인 닥밭골로 들어갔다가 개울을 건너 다시 내려오게 돼 있다. 닥밭골 임도 옆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임도는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기암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집채만한 바위들을 숨바꼭질하듯 돌고 돌아간다.

개천을 건너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그동안 운일암반일암계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들판이 나타난다. 주자천은 작은 들판을 적시며 흘러가고, 주천면 소재지가 들판 뒤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명도봉이 근육질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다.

72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먹고개를 건너 주자천을 다시 만난다. 나무 사이로 하천이 내려다보이는 천변숲길은 좋아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푸르고 붉은 숲은 주자천에 비쳐 물 위에 가을그림을 그려 넣었다.

숲길을 빠져나가니 와룡암이 서 있다. 와룡암은 긍구당 김중정이 53세 때 세운 개인 학당이다. 긍구당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이 청나라에게 치욕적인 항복을 하자 관직을 버린 후 이곳 주천으로 낙향해 후학을 지도했다.

와룡암 앞으로 주자천이 살짝 굽이치고, 계곡에는 용이 누워 있는 것 같은 바위가 계류와 함께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이러한 풍경을 마당삼아 정자를 세웠으니, 이는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동양적인 아름다움이다. 낙향한 긍구당이 세상을 걱정하며 지은 시 한 수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時事方如一局棋

세상일은 바야흐로 한 판의 바둑 같으니,

巖廊誰復佩安危

조정에 누가 있어 다시 안위를 맡을꼬?

徒薪曲突言無益

굽은 굴뚝에서 나무 옮기는 것 유익함 없으니.

宜向江湖理釣絲

마땅히 강호로 향하여 낚싯줄이나 손질할까?


※여행쪽지

▶진안 고원길 9구간(운일암반일암 숲길)은 아름다운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따라 걷는 길로 삼거마을→노적봉쉼터→칠은교→전망대→무지개다리→운일암반일암 주차장무대→닥밭골→먹고개→와룡암→주천면사무소까지 8.8㎞ 거리에 3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IC→17번 국도 임실·전주방향 8.2㎞ 이동→30번 국도 진안방향 24.8㎞ 이동→진안읍에서 725번 지방도로 따라 주천방향으로 23.6㎞ 이동→주천면소재지에서 운일암반일암 방향으로 4.7㎞ 이동하면 삼거주차장
▶주천면사무소 앞에 있는 미가정육점식당(010-5068-7239)에서는 진안에서 생산한 맛좋은 돼지고기(생삼겹, 생목살 등)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