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의 보고’ 홉스골…담백한 침묵 음미하다 [화필여로] <106> ‘칭기스칸 후예들의 삶’…몽골 우연과 필연이 맺어준 찰나의 인연

2016년 12월 07일(수) 18:47

박종석 作 ‘청해르 마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내 여행 스타일은 불편함과 고행을 흔쾌하게 즐기면서 적응하는 동시에 찰나의 쾌감이 아닌 내 심신반응을 관찰해보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땡볕과 추위와 지루함은 견딜만하지만 제일 힘든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다.

홉스골과 무릉 사이 사슴 암각화 앞에서…

인간의 삶은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생기는 인연의 연속에서 소통하고 살아간다.

만나고 헤어지면서 한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젊은이들과의 동행, 한참 꽃피울 청년들의 순수성과 쾌활함이 부러울 정도다. 그러나 함께하면서 침묵으로 바라보지만 세대 간의 간극은 관념과 생각의 속도 차이에서 오는 파열음 같다. 그래도 달관하듯 경험으로 이해하고 긍정과 믿음으로 수긍해야 한다.

그러저러한 대차대조표 같은 잡념과 해찰에도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몽골 최고의 휴양지인 홉스골 호수에 당도한다.

쾌청한 자연환경이 4일간의 충만한 여백을 가득 채운다.

‘소원의 바위’

대형 호수의 지형은 길이 139㎞에 넓이 38㎞로 세계 4대 호수다. 길게 이어진 섬과 원경의 등고선은 청룡이 천공(天空)을 가르며 날아오를 것 같은 신성한 분위기다. 녹음의 상쾌함과 고요하고 청명한 호수가 심신을 정화시키듯 바라만 봐도 호흡이 차분해 진다.

또한 샤머니즘의 보고이자 자연의 숭고미를 간직한 무공해 지역으로 에코 캠프에 둥지를 틀고 넉넉한 공간에 젖어들어 동심에 흠뻑 빠진다.

캠프 앞은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고 주위는 병풍처럼 상록의 까초르 숲으로 이뤄져 있다. 지척인 호수 가장자리에 게르 형태의 방갈로와 소형 배를 탈 수 있는 작은 선착장이 있고 출렁이는 물빛은 너무 맑아 경건할 정도다.

청옥색 물빛이 넘실거리는 호수는 36곳의 지류에서 흘러들어 와 한 곳의 출구가 아쉽게도 러시아 쪽으로 흘러간다.

둘째 날이다. 라이프 자켓을 착용하고 쾌속선을 타고 10분 거리인 섬으로 유람을 간다.

돌섬은 호수 한 가운데 돌출 지형으로 암반 위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고 짙푸른 깃발인 ‘어워’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돌섬은 몽골 사람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소원의 바위’로 명칭은 ‘후슬린하뜨’라 하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쌀을 가져와 뿌리고 돈을 돌 틈에 끼워 놓고 간절하게 자기의 소원을 빈다.

‘승부’

수백 년 이어온 기복신앙의 풍습으로 하늘에 맞닿은 호수가 바로 신성지역이지만 현재는 샤머니즘의 흔적인 서낭당 및 주술사 등 문화유적이 미미하다.

나는 선착장 옆, 한적한 가장자리의 고사목 위에 앉아 담백한 고요를 음미하듯 신선한 공기를 깊게 마셔본다.

모든 소원이 바로바로 택배처럼 하늘에 전달될 듯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다시 숙소로 귀환한다.

다음날은 간단한 간식을 챙겨 뒷산으로 소풍을 간다. 원시림의 숲 속에는 지천으로 야생초가 꽃을 피우고 취나물이 군락을 이루며 약초들이 많이 보인다. 아낙네처럼 채취해서 배낭에 담고 길 없는 길을 오르다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할미꽃, 망우초(忘憂草), 제비꽃, 해당화, 부추 등 우리의 산하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지천에 자생하고 있어 고향의 산천처럼 정겹다.

해발 2천300m의 정상에는 통나무를 무더기로 세워서 그 위에 오방색 천 ‘어워’에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다.

나는 두 손 모아 일행의 무사여행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