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 탄핵이후 호남정치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12월 14일(수) 19:55

9일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생각보다 많은 표가 나왔다. 헌재는 심의에 착수했고, 촛불민심은 헌재 재판관의 말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됐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청문회는 계속 진행 중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놀라운 일이 국회청문회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해 11월·12월 대한민국은 격동의 현대사를 연출하고 있으며, 그 화살은 내년 대통령 선거로 내달리고 있다.

늘 그랬듯 역사의 대반전 시기에 방향타 역할을 했던 호남, 지금, 수많은 중앙 언론이 한국정치1번지 호남의 선택, 호남의 민심이 어느쪽으로 바람 불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탄핵 이후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현재 호남의 바람은 일곱번의 촛불집회 동안 대선 주자에 대한 호남사람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잘 나나타 있다.

최순실 농단 사실이 드러난 10월 둘째주 리얼미터 호남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26.6% 반기문 15.8% 안철수 14% 이재명 4.4%였다. 그런데 11월 둘째주 호남지지율은 문재인 27.7% 이재명 16.4% 안철수 16.6% 반기문 9.6%다. 그리고 12월1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문재인 21.5% 이재명 21.3% 안철수 16.9%로 나타났다.

촛불정국 탄핵이후 호남의 대의정치를 실현해줄 다음 대선후보로 호남이 주목한 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임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촛불정국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남의 민심은 그대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면서도 당시 맞상대였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지 않은 것은 이변이다. 안철수 전국민의당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90%가 호남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호남은 촛불정국에서 안철수의원 지지율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촛불정국에서 초기 4%대였던 이재명 시장 지지율이 호남에서 21%까지 치솟은 이유는 ‘촛불민심을 정확히 읽는 시대정신’이었다.

참 이상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가장 수혜를 볼 것 같았던 문재인 후보에게 반사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무슨 뜻일까.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호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장성을 못보인 것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사실상 없는 상태인데도 문재인·안철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은 본인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 ‘이재명 현상’이라고까지 불리며 급상승한 이재명 지지율은 민심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향타이다. 필자는 단순한 반짝효과로 보지 않는다. 이재명 지지율 상승세는 기존 선호 후보를 교체한 결과가 일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기존 선호 후보가 없던 응답자들이 지지를 표명한 결과로 보여진다. 호남에서는 반기문 박원순 지지자 중 이재명으로 지지를 이전한 응답자층이 보인다. 다른 지역 언론 분석을 보면, 타지역에서도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더 많은 응답자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재명과 결합 개연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리하게도 이재명 시장은 호남이 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전략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을 잘 안 것 같다. 탄핵이후 호남민심은 5·18 광주정신에서 발아된 한국민주주의가 완성되기 위해선 구체제 개혁을 통한 공정한 나라를 누가 만들 수 있는가에 관심이 높다. 탄핵이후 호남정치에 대한 호남인의 바람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제도적으로 해소해달라는 것’ ‘구체제를 종식하고 새체제를 만들어 갈 동력을 정치인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제한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해 촛불이 타오르는 동안 껑충 뛴 이재명 지지율은 박대통령 탄핵만이 아니라 기성 정치권 전체를 향한 경고다. 광장 촛불은 대선 후보들의 옷을 벗기고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고 말았다. 달리 말하자면 이재명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의 산물인 셈이다.

따라서 호남당이라 불리는 국민의당은 광화문 광장촛불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일고 있는 여론의 대혁명을 잘 분석해야 한다. 국민의당 전체 의석은 38석으로 전북 7석을 포함해 전남 8석, 광주 8석 총 23석이 호남에 집중돼 있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는 안철수의원이 유일한데, 호남에서 지지율이 전혀 오르지 않고 있다. 호남인이 원하는 정치개혁의 내용을 보지 않고 형식에 집착한 탓이다.

현 시기 호남정치 앞에 놓여있는 과제, 국민의당 지지율 회복 방법은 ‘이재명 현상’이 답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 호남은 불공정 불평등한 세상을 개혁하려는 의지없이 집권에만 집착하려는 당을 용납하지 않는다. 촛불정국에서 15만명이나 모인 5·18광장에서 시민들이 쏟아낸 말들을 새겨보라. 권력을 쟁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의 본질 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국민에게 주권을 돌려주는 공정사회의 틀을 얘기하고 있다.

탄핵정국 앞에서 이재명 시장 호남지지율 상승과 안철수의원 지지율 답보 현상은 호남정치인과 호남민심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얘기다.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다. 호남민심의 용트림을 잘 살펴보면 차기 대통령후보의 전략과 방향이 보일 것이다. 호남정치인은 호남사람들 속에 들어와 호남민심이 가르치는 ‘미래’를 잘 봐야 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