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인색·조직 이원화 ‘亞 문화 발신지’ 발목

[아시아문화전당 활로 모색하자]
전당-문화원 소통 부재…시너지 실패
법인화 여부·시기 등 놓고 찬반 엇갈려
차기 정부 예산·인력 지원 대선공약으로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1월 01일(일) 18:59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년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당의 운영방향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인화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 공약에 전당 운영 방안 등을 포함시키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ACC 전경. /광주매일신문 DB
개관 1주년을 갓 넘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하 전당)에 대해 지역사회 안팎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전당이 국립문화기관임에도 정부의 홀대를 받으면서 사실상 중앙과 지역, 양 쪽 모두에서 ‘겉도는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전당을 꾸려가는 조직 자체가 이원화된 데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향후 전당이 당분간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당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중앙과 지방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재단법인화’와 ‘국립단체 유지’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논의의 장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필요인력 423명에 채용은 80여명

전당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당과 콘텐츠 창·제작 등 수익 창출 업무 등을 위탁받은 아시아문화원(문화원)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운영 구조는 아특법(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돼 있다. 전당 개관 전 ‘문화예술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시설 운영지원, 행정 등 제반 업무는 공무원 조직인 문체부에서 맡고 문화원은 콘텐츠 개발과 실질적인 수익 창출 업무를 맡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년간의 운영 결과, 이 같은 구조가 정착되지 않고 조직 이원화의 한계만 드러냈다는 평가다.

전당은 문화원의 행정업무상 편의를 돕고 ‘윈-윈(win-win)’하려는 움직임보다는 사실상 문화원 자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셈이다.

문화원은 전당을 거치지 않고선 인력 확충, 콘텐츠 제작 예산 등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옥상옥(屋上屋)’ 체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문화원 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2014년 ‘아특법 개정안’은 문화 전문 인력 423명을 채용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채용 인원은 80여명에 불과하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문체부 소속 전당과 문화원의 인력 분담이 명확하게 돼 있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다. 둘 사이의 관계가 협업 구조가 아닌 상하 구조로 고착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율성 확보” 법인화 여론 솔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당에 대해 하루빨리 법인화를 추진하고 문화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정책에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적용되며 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운영 주체의 자율성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여러 문화기관이 재단 법인 상태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경우 양질의 콘텐츠로 국가 예산을 안정적으로 받고 있으며 대관 등 자체 수익 사업으로 자생력을 갖춘 법인화 우수 사례 중 하나다.

예술의전당처럼 광주의 전당에도 자율성을 부여하면 필요 인력 확충도 즉각 가능한 것은 물론, 법인으로서 수익 창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법인화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바로 예산이다. 국립단체에 속해야만 예산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보편적 생각이다.

이에 대해 류재한 전남대 불문과 교수는 “전당의 정체성과 방향 설정, 전문 운영인력이 갖춰진 이후 논의할 문제가 예산”이라며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국가와 대기업 등 펀드레이징의 명분과 실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생력 없는 상황 법인화 무의미”

이와 달리 법인화를 반대하는 측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당은 아특법(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개관(2015년)을 기점으로 5년 후인 2020년 4월이면 ‘법인화’에 대한 재심사를 논의하게 된다.

법인화를 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당 법인화가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측의 의견은 전당 개관 전부터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가장 큰 우려는 ‘전당은 실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당은 국내에선 선례가 없는 최대 문화시설이다. 특히 광주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아시아를 품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행정연구원은 2026년까지 전당에 투입되는 총 비용은 5조2천912억원이(국비 2조7천679억원·지방비 2조5천23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전당은 수익시설이 아니라, 공공문화 복합시설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년 간 숱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문을 열었으면 국가 지원을 통해 기반부터 잘 다져야 한다는 게 법인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즉, 전당과 흔히 비교하는 서울 예술의전당과는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관 1년이 지나 걸음마도 떼지 못한 전당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안정적인 예산 지원 근거나 경험을 축적한 이후 법인화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법인화 반대론자들은 전당의 자생력을 갖추는게 선결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혜자 전 국회의원은 “조직 이원화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애로사항은 알겠으나 애초부터 민간 법인으로 전당이 나서면 향후 전당의 발전은 담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제기구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당은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전당은 지금 경쟁력과 자생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2020년 4월이면 법인화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 때까지도 ‘아시아 문화 허브’로서 정상 궤도에 오를 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당-문화원으로 이원화된 조직의 소통 부재가 법인화의 문제가 아닌, 전당장 공백 사태 장기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기훈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상임이사는 “‘아시아 문화 발신지’는 커녕, 전당장도 선임되지 않은 데 대한 날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전당의 운영 문제는 법인화를 하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니라, 전당과 문화원을 잇는 수장이 부재한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선정국 속 정치권 움직임 주목

이처럼 전당의 법인화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당의 궁극적인 활로 모색을 위해서는 전당 운영 방안을 대선공약 등에 포함시켜 차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개관 이후 현 정부의 홀대를 받았던 전당의 예산과 인력 등을 차기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경우 법인화를 둘러싼 갑론을박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계획대로 예산·인력 지원만 이뤄진다면 자생력 확보가 가능하고 2020년 법인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대선정국 속에서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이 전당 운영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대선공약으로 재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병훈 전 아시아문화도시추진단장은 “현재 국립시설인 만큼 전당의 향후 운영 방향은 새로운 정부가 나서서 결정해야 한다”며 “광주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권 주자들이 전당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과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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