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수고대(鶴首苦待) 서기원 |
| 2017년 01월 12일(목)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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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북적(北狄,흉노)이 쳐들어오니, 백성들은 도망하기 급급했다. 망연자실한 의공이 까닭을 물으니 “평소 임금께서 애지중지한 학 장군과 학 부대로 막으세요”라는 대답이다. 학만을 소중히 여기며 백성들을 경시하였으니, 그런 임금을 위해서는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형택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잔혹한 북적의 군사들에 의해 시신은 어육(魚肉)이 되고 만다.
원군을 청하기 위해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굉연(宏演)이라는 신하가 귀국해보니 성은 허물어지고, 의공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간(肝)뿐이었다.
이에 굉연은 살아있는 임금 앞에서처럼 귀국보고를 한 다음 “시신도, 사람도, 기구도 없으니, 마땅히 내 몸으로써 주공의 관을 삼으리라”며 자신의 배를 가르고 의공의 간을 수습 후 자결하니 바로 ‘부복납간(剖腹納肝)’의 고사성어(故事成語)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있다. 노천명의 시에서 나오는 사슴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 학이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 ‘학수고대(鶴首苦待)’다.
또한 광주지역 초·중·고, 319개교를 담당하며 학교폭력 예방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 32명이 결성한 SNS 밴드 이름도 ‘학-수고-대’다. 풀어보면 ‘학교전담경찰관들이 수고한 것에 대하여 대화하는 방’이라는 의미다.
작년, 광주지역 학교전담경찰관들과 교육당국이 공조하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학교폭력이 32%나 대폭 감소했고, 인구 천명당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1.1명으로 전국 최하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쉽게 말해 광주지역은 학교폭력 청정지역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광주시민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느끼는 체감안전도는 ‘불안하다’ 일색이다. 미스매치라고 생각한다.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조폭들 말투 대부분이 이쪽 지역 사투리인데, 우리 지역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분들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광주가 학교폭력으로 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체감하는 한해가 되기를 학수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