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 사격’ 진상 규명 서둘러야

2017년 01월 15일(일) 19:29

37년간 증언과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가능성을 인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국과수의 보고서는 ‘전일빌딩 10층에 위치한 전일방송의 기둥, 천정 텍스, 바닥 등지에서 최소 150개의 탄흔을 식별했으며 발사 위치는 호버링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적시했다. ‘호버링(hovering)’은 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전일빌딩 10층을 향해 집중 조준 사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국과수의 판단 근거는 명확하다. 탄흔의 탄도를 분석한 결과, 10층 높이의 건물에 하향 사격한 각도가 46-50도 사이에 분포하고 있어서다. 전일빌딩 10층 보다 높은 위치에서 광주시민을 향해 총탄을 쏟아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과수는 확실한 근거가 없어 사용 총기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하지만 5·18 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UH-1 헬기의 양쪽 문에 거치된 M60기관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탄흔의 각도를 감안할 때 전일빌딩 10층 천정 슬라브와 텍스 사이 공간에 일부 탄환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과수 역시 보고서를 통해 천정 부분에 대한 발굴에서 탄환이 발견된다면 사용 총기류 규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군 당국은 여전히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때문에 국과수가 헬기 사격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것은 진상 규명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헬기 사격을 결정한 발포 명령자 등 군 지휘체계, 전일빌딩 10층 인명 피해 상황, 전일빌딩 외 헬기 사격 여부 등 전방위 조사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국방부는 진상 조사에 협조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국과수의 헬기 사격 가능성 인정이 지난 37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5·18의 진실을 밝혀낼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