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시선의 차이가 만든 큰 울림 김재정 |
| 2017년 01월 16일(월)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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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를 다시 접한 건 문화부 기자 시절이던 2002년(제4회)이다. 업무로 비엔날레를 대하는건 곤욕이었다. 충격적이었던 1995년과 별반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비판 일변도의 기사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화부장을 맡은 2016년, 후배 기자를 통해 또 다시 광주비엔날레를 만났다. 후배의 보고와 토론, 기사 보도 이후 비엔날레재단의 대응을 보며 소름끼칠 정도의 ‘데자뷰’를 느꼈다. 혹시 하는 마음에 2002년 취재수첩과 기사를 뒤졌다. 마치 14년 전 비엔날레의 상황을 ‘Ctrl+C, Ctrl+V’ 해놓은 듯, 닮았다. 주제 선정부터, 공급자 위주의 전시, 자화자찬의 평가, 그리고 관람객 숫자에만 기대 성공적인 행사로 귀결시키는 우를 또 다시 범했다.
‘그들만의 만족’ 광주비엔날레
무엇보다 아쉬운 건 광주비엔날레에서 지역, 즉 광주는 전시관이 위치한 공간적 의미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비엔날레에서 현대미술은 기본이다. 기본은 기본일 뿐, 전부가 돼선 안된다. 현대미술의 스펙트럼 속에 지역을 녹여내는 것은 재단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 있다. 광주시민을 끌어안지 않고, 지역의 문제에 소통하지 않는 비엔날레는 존재 가치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초 용봉동 마을공동체를 취재한 일이 있다. 비엔날레 전시관 바로 앞 주민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비엔날레 전시관 옆 삭막한 옹벽길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비엔날레재단에 ‘작은’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관이 아니다’며 거절당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모습이 바로 광주를 바라보는 광주비엔날레의 시선 아닐까.
‘핵심가치는 섬’ 세토우치트리엔날레
2015년과 2016년 일본 카가와현을 취재차 찾았다. 2015년은 섬 정책, 2016년은 지역마케팅을 주제로 했다. 2개 취재를 관통하는 하나의 아이템이 세토우치트리엔날레였다. 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번씩 열린다. 그것도 일본의 심장부 도쿄가 아닌,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시골 카가와현이 무대다.
베네세그룹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은 1980년대 말부터 인구 3천100명의 작은 섬 나오시마(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이 유명하다)에서 베네세하우스·지중미술관 등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2006년 ‘활력이 사라진 세토내해의 섬에서 현대미술로 지역을 재건하고 싶다’는 구상을 했다. 때 마침 카가와현도 나오시마를 축으로 한 아트 페스티벌 개최를 모색했다. 양 측은 의기투합했다. 쇠퇴하는 섬, 즉 지역을 재생하는 단초로 트리엔날레라는 수단을 고안한 것이다.
2010년 1회 행사를 치른 세토우치트리엔날레는 바다와 섬을 무대로 한 주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12개 안팎의 섬 곳곳이 전시장이다. 현대미술을 수단으로 지역 재생, 즉 섬 자체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미술은 섬의 특색을 두드러지게 했다. 섬과 사람, 섬사람과 섬을 찾아오는 손님을 잇는 가교가 됐다.
홍보포스터는 압권이다. 홍보포스터 어디에도 미술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섬, 여객선의 이미지만 담고 있다. 트리엔날레의 컨셉 역시 Native(고유성), Local(지역), Community(커뮤니티)다. 미술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현대미술보다는 섬과 주민에 집중하려는 그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트리엔날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은 당연지사다.
광주와 카가와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허나 시사점은 분명하다. 보여주기 위한 소통은 의미가 없다는 것, 그리고 현대미술에 천착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가 어떤 시선으로 광주를 바라볼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