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역행 대기업 고용세습 시정해야

2017년 01월 17일(화) 20:26

최근 국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청년실업이 ‘고용절벽’을 넘어 ‘국가 재난상황’으로 비유되고 있는 등 청년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기아차 등 일부 대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을 보면 취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청년들을 분노케 할 만하다. 단체협약을 통해 직원 가족의 채용특혜를 보장하는 ‘고용 세습’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인력 수급계획에 따라 신규 채용때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명,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로자(25년 이상)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수년 전부터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도’다.

고용노동부는 공정한 취업기회 박탈 등의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11월 단체협약 협상을 할 때 개정하지 않아 고용 세습이 가능해질 여지를 남겼다.

고용 세습 근거가 되는 이러한 단체협약은 기아차뿐 아니라 상당수 대기업과 공기업 등이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단체협약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 600여곳 가운데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을 명시한 사례가 29%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특권을 보장한 대기업이 10곳 중 3곳이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고용 세습은 완전고용에 근접했던 과거 산업화 시대에나 가능했던 관행이다. 물론 우수한 인력을 붙들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대졸 공채가 일반화되고, 극심한 취업 전쟁이 벌어지는 작금엔 기득권의 대물림에 불과할 뿐이다.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리후생을 누리는 좋은 일자리를 대물림한다는 것은 취업준비생은 물론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진정한 정의사회 구현을 바라고 있다. 대기업 노사는 공정한 직업 선택을 막고, 사회적 위화감을 부르는 고용 세습을 전향적 자세로 시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