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민심과 이청득심(以聽得心) 허기석 |
| 2017년 01월 17일(화)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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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란정국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올 정유년은 요란하고 거창한 정책이나 구호가 아닌 누군가의 따뜻한 눈길과 보살핌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희망의 한해가 되어야 한다.
안도현의 시 ‘양철지붕에 대하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중략>
그리고 몇 줄 뒤 이어지는 구절에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올곧게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귀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광주시 공직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면서 중앙정부와 우리사회 전반을 향한 촛불 민심을 받아들여 시대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며, 어려운 사람들에 공감하는 행정으로 응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과 사회적 변화를 시정에 투영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초청해 시정에 대한 쓴 소리, 정책제안 등을 듣는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을 마련하였다.
지난해 12월22일 처음 열린 행사에 초청된 강위원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시청에 전화하면 딱딱하고 불친절하여 인사하는 분위기가 부족하다며 공무원의 친절을 당부했다.
12월29일 2회 행사에서 정우진 마중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런 자리가 낯설고 긴장된다면서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자립을 위해 조합을 결성한 배경과 운영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하상용 광주재능기부센터 대표는 공무원 한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 행정, 부서간 통합시스템 주문과 공기업, 대기업에 기대지 말고 청년, 경력단절 여성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유년 새해들어 처음 열린 지난 3일 3회 때에는 발달장애 아들을 둔 ‘기림이 엄마’로 알려진 정순임 광주장애인부모연대 광산구지회장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보람 시민플랫폼 ‘나들’이사는 ‘시스템에 갇힌 소통부재’를 느꼈다며 청년을 일하는 주체와 협업관계로 인식해 주고 ‘청년들이 무엇을 하기 좋은 도시’ 라는 비전을 같이 세울 수 있는 광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제4회 초청강사인 장필수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간부공무원의 능동적인 역할을 강조했고 전봉식 대촌농협 조합장은 우회적으로 민원지역에 얼굴을 많이 보이는 공무원은 다 승진하더라면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현재까지 4회에 걸쳐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처음 행사를 시작 할 때와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참석자들의 굳은 얼굴 표정은 사라지고 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리고 박수로 호응해 주는 등 경청 자세에 많은 변화가 있다. 이는 초청 시민들의 날선 쓴소리, 미처 생각지 못한 제안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한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의 대사가 유행했던 것처럼 상대가 아프면 나도 아파하고 공감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시민이 아파하면 공직자도 아파해야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촛불행정을 펼칠 수 있다.
시장실 집무실 벽에는 기림이 엄마의 편지가 족자로 만들어져 걸려있다. 소수자, 약자를 위한 시정을 펼치고자 매일 쳐다본다는 그 편지를 강연에서 공직자가 대독할 때, 흐느끼는 동료들을 보면서 시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촛불민심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을 열어 소소한 얘기도 들어주는 것,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는 것!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올 정유년! 우리 공직자가 귀를 귀울여 경청하는 일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의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간직하고 뛴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광주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