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직한 지표에서 출발해야 김상철 |
| 2017년 01월 17일(화) 20:26 |
|
경영에서의 이런 실태를 우리는 대우조선해양사태를 통해 분명히 지켜보았다. 대우조선해양사태는 조작되고 부풀린 재무제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분식회계는 내부 자율통제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잘못된 기업 목표를 설정하게 함으로써 결국 국가 산업을 견인해 온 거대한 기업을 원망과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매년 1월25일은 전년도 부가가치세의 확정 신고와 함께 기업의 연 매출액이 결정되는 시기이다. 이에 근거해 기업은 결산서작성을 위한 계정과목의 수치를 확정하게 되는데, 이 숫자들이 곧 회사의 운영실태를 대변한다. 경영자는 이를 근거로 기업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성장 동력을 찾는다. 기업을 돕는 전문가들 또한 일반적으로 재무제표에 근거해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각종 지표 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면 다양한 실태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회계라는 언어로 작성되는 재무제표는 반드시 투명하고 정직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주요 재무제표로는 결산시점에서의 재산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상태변동표와 일정기간의 영업성과를 보여주는 손익계산서, 수익을 창출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금흐름표, 자금의 변동내용을 나타내는 자본변동표 등이 있다. 경영자는 그러한 지표를 통해 기업의 안정성, 수익성, 활동성, 종합적인 생산성 등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 지표들을 통해 부실징후를 예측하고 리스크(Risk)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현장의 각종 문제점과 납기관리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며, 자금이 필요한 경우 투자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증자할 것인지의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기업 자료들이 전산화 되면서 GIGO(Gavage In Gavage Out)라는 말이 더불어 생겨났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으로 이는 컴퓨터의 수동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직한 데이터를 입력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바른 근거가 마련된다는 역설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여러 기관의 조사에서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공사를 맡은 목수가 정교한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연장이 갖추어져야 한다. 원형을 그리는 그림쇠 규(規), 직각을 잡는 곱자 구(矩), 수평을 맞추는 수준기 준(準), 곧은 직선을 긋기 위한 먹줄 승(繩)이 그것이다. 기업의 정직한 재무제표는 목수에게 꼭 필요한 규, 구, 준, 승의 연장과도 같다. 재주가 뛰어난 목수일지라도 기본적인 연장이 없으면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없듯이 기업 또한 허위로 조작된 지표를 가지고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정직한 지표에서 출발한 기업만이 비로소 지속성장의 경영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