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정치시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
| 2017년 01월 18일(수)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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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귀국한 반기문(73) 전 유엔사무총장, 김종인(77) 민주당 의원, 인명진(71)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등 노익장을 과시하며 현실정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 19대 때 보다 1.6세 더 높아졌고 60대 이상이 81명으로 19대 때 69명 보다 12명 늘어났으며 70대 이상도 5명이나 된다. 고령화 현상이 국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튀니지 대통령에 당선된 베지 카이드 에셉시 후보는 88세다. 임기 5년을 마치면 93세로 은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시몬 페레스는 84세였던 2007년에 이스라엘 대통령에 취임해 올해 91세로 퇴임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1878-1965)은 81세에 총리에서 퇴임했다. 옛 서독 초대총리를 지낸 콘라드 아데나워는 87세인 1963년까지 일했다. 중국의 덩샤오핑(1904-1997)은 국가주석에서 물러날 때 85세였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노인정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모든 공직에 정년을 도입하자.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자체 의원까지 65세 정년을 도입하자.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표의원은 그래야 나라에 활력이 생기고 청년들에게 폭넓고 활발한 일할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썼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노인폄하다, 망발이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국민은 65세면 모든 직장에서 어김없이 정년 퇴직을 한다.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유연근로제 해가지고 다 정리를 하고 쉬라고 강제로 내쫓으면서 공직인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에 공직연한이 없다는 것은 분명 토론을 해봐야 할 사안이다.
우리사회가 노인세대에 기대하는 것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 현자의 마음일 것이다. 필자는 요즘 ‘70대 정치’를 보면서 75세에 노인의 삶과 소통문제를 다룬 소설 ‘생오지 눈사람’을 낸 문순태선생을 떠올렸다.
노인은 어떤 존재일까. 한때, 한국 근현대사에서 전쟁과 이념갈등 가난, 질병과 치열하게 싸워온 그들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화려했던 순간도 있었다. 실패한 삶이거나 성공한 삶이거나 저마다 작은 흉터를 간직하며 6·25와 4·19, 5·18광주민주화운동과 6·10항쟁, 민주화, 산업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소설가 문순태씨는 이렇게 말했다. “노인 한사람 한사람이 박물관이고 도서관이며 이야기 창고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축적된 삶 속에 엄청난 이야기와 빛나는 문화, 역사적 가치가 웅근히 살아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낡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꺼내 보려고 하지 않는다. 노인들 생애에는 약자의 슬픔과 오랜 세월 충분히 발효된 지혜와, 불행을 행복으로 환치시키는 비법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그들의 지혜를 인생의 길라잡이로 삼아야 한다”
최근에 필자를 만난 문순태씨는 “나이가 들수록 시력은 나빠졌으나 세상은 더욱 명징하게 잘 보인다. 총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자 거시적 세계관이 미시적 세계관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사변화의 현장인식도 중요하지만 먼지만큼 작은 별꽃이나 코딱지꽃을 통해 광대한 우주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고도 말했다.
그렇다. 문순태씨처럼 나이들어 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잘 성찰할 수 있다면 나랏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 곳곳에서 노인의 지혜를 빌릴 곳이 많다. 그러나 나잇값에 맞는 지혜와 혜안 보다 ‘노욕’으로 자리를 탐낸다면 곤란하다.
공자는 자신의 70평생을 회고하면서 학문과 인생 깨달음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술회했다.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 공자는 ‘내 나이 육십에 귀가 순해졌다’고 말했다. 이 말은 60세가 되니 거슬리는 남의 말도 이해되고 용서되어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인생에 있어서 산전수전의 인생사를 겪으며 살아온 60대는 세상사와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불쾌한 말을 들었어도 젊을 때처럼 조급하게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지 않고 ‘그럴 수 있겠지’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귀를 틀어막고 완고해지고 자기고집만 내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노욕(老慾), 노여움, 노파심(老婆心)의 ‘3노’를 삼가라고 했다.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잘 살펴서 듣고 역지사지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60대의 나잇값이라고 공자는 말했다.
그러면 70살은?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 공자는‘내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술회하였다. 그래서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한다. 나이 70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뜻인데, 그만큼 산전수전 다 겪다보니 경륜이 쌓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자신만의 어떤 고정관념, 편견, 독선 같은 역기능이 축적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이 70대 정치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오랜 세월 충분히 발효된 지혜일 것이다. 지금, 이 불행한 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환치시키는 혜안일 것이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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