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신풍리 예찬 퇴허자 |
| 2017년 01월 18일(수)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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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주에 내려온 동기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위암을 만난 것이요, 둘은 제주 올레길의 창시자 서명숙(兀侶)선생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젊어서 합기도 체육관을 운영하며 씩씩하게 살던 한 청년이 어느 날 문득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내 몸은 절집에 있었고 머리는 빡빡 깎여 있었다.(나는 출가인연을 이렇게 표현함) 세상만사가 인연풍(因緣風)에 있다고 믿는 나는 전생을 이어 금생(今生)에도 입산수도의 삶을 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어쩌다가 위암선생을 만나 수술까지 하게 되고 적당한 휴양처를 찾던 중(기실 잠시 하와이를 가려함) 서명숙 선생이 전남대의 초청으로 특강을 한다기에 동참하여 ‘제주올레길’에 대한 강의를 한 번 듣고 나의 주특기인 호기심(好奇心)이 그만 작동하고 말았다. 거기에다 서선생의 올레길의 유혹(?)까지 있었으니 ‘제주올레’와의 깊은 인연이 맺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몇 개월후 차마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았던지 광주대 K교수를 꼬득여 12박13일 여정으로 매일 1코스씩 12개 올레길 코스를 걷게 되었다. 광주 대각사로 돌아갔지만 올레길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제주풍광이 아른거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급기야 다시 용기를 내어 이번에는 혼자서 제주에 들어와 마침내 올레길 정코스(21개)와 섬으로 이어지는 번외코스(5개) 모두 26개 풀코스를 완보하고 올레사무소에서 수여하는 ‘올레완주증’을 받았다.
나의 그 끈질긴 호기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한라산등반으로 이어져 결국 백록담 등정까지 마쳤으며 윗새오름과 거문오름, 따라비오름 등 계속 오름탐방으로 이어졌고 광주에서 하던 승마운동까지 병행한 덕택으로 드디어 6년만에 주치의의 항암처방에서도 자유롭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인연의 바람따라 왔다가 때가 되면 다시 인연풍으로 돌아가는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주인공, 여행객(세상손님)이 아닐까 한다. 마치 바람개비가 바람을 만나 돌고 도는 것처럼 다겁생래(多劫生來)를 돌고 도는 윤회중생 말이다.
앞에서 암(癌)을 선생이라 말했듯이 위암은 내게 찾아와 많은 것을 깨우쳐준 스승이다. 위암선생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현실이라는 어쩔 수 없는 올가미에 묶여 ‘멍에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공간에 매이고 쫓기는 삶은 노예인생과 다름아니다. 물론 현실이라는 동아줄을 끊고 탈출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스스로가 그렇게 원하는 자유로운 해탈, 자유영혼(自由靈魂)이 한 번이라도 되어 보겠는가~. 자유는 우선 떠남이요 버림이다.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는 없다.
자, 이제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 신풍리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최근에 조성된 신풍리 상동, 그러니까 예전의 밀감밭을 전원택지로 새롭게 개발한 곳이다. 주변이 삼나무로 둘러쳐진 4천여평의 전원택지에 2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인데 현재는 그 절반정도가 입주했다.
낮이면 자동차소리도 침묵하고 밤이면 별과 달이 깊은 곳, 바람의 신 영등할망도 잠시 이곳을 잊은 듯 거센 바람도 피해가는 신풍리, 난 이 마을이 참으로 좋다. 그래서 예부터 사람에겐 인연터가 있다고 한 모양이다. 제주공항도 40여분이면 충분하고 제주연안터미널도 30여분이면 족하다. 또 최근에 발표된 신공항이 들어서면 10분대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난 이곳에서 나의 인생삼모작인 ‘국제명상센터’를 건립하고 세계인들과 만남을 가질 생각이다. 베트남의 틱낫한스님이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들어가 국제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하고 티벳의 달라이라마스님이 지구촌을 망라한 전법활동을 전개하듯이 나 역시도 이곳 제주에서 108퇴허자명상법을 활용하여 세계의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원력을 발휘해볼 결심이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이루어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그 꿈을 중단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