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티푸스 메리’와 AI 최형천 |
| 2017년 01월 23일(월) 20:03 |
|
하지만 그녀는 얼마 후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그녀가 요리사로 일하는 집에서 또다시 장티푸스로 딸이 사망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 2명이 감염되어 입원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맬런(Mary Mallon)! 후일 장티푸스 메리로 더 유명해진 요리사이다. 당국이 조사를 해본 결과 놀랍게도 그녀는 요리를 할 때 전혀 손을 씻지 않았으며, 대변과 소변에서는 많은 장티푸스균이 검출됐다. 그리고 1900년 이후 뉴욕근교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련이 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보균자였으니, 당시의 의학상식으로는 보균자의 경우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녀는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보균자(혹은 건강보균자)였다. 그녀는 미국 의학계에서도 처음으로 경험하는 무증상 보균자 사례가 되어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뉴욕시 보건당국은 그녀를 즉시 격리 수용했지만 장티푸스 증상을 보이지 않는 메리는 거세게 항의했고, 마침내 그녀는 인권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1910년에 요리사로 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 석방된다. 하지만 5년 후 또 다른 장티푸스가 창궐했을 때, 이름을 바꾼 그녀는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 발각되어 체포된다. 그녀는 처음엔 세탁부로 일했지만 시급이 요리사보다 못하고 일도 고되다는 이유로 당국의 눈을 피해 요리사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허술한 전염원 관리였다.
그녀가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되기 전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전염자는 51명이며, 이 중에서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의학계는 그녀를 매개로 장티푸스에 걸린 환자는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녀는 폐렴으로 죽을 때까지 자신이 장티푸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결코 믿지 않았다. 죽은 후 시신을 부검 해본 결과 그녀의 쓸개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장티푸스균이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전염병의 방역차원에서 ‘장티푸스 메리’ 사례를 정리해 보면, 뉴욕보건 당국이 우선적으로 감염원을 격리하여 초기에는 잘 막았지만, 그 후 판단 착오로 보균자가 계속 활보하도록 풀어놓아 장티푸스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메리가 산부인과병원에서 다시 발견된 뒤 당국에서 강제로 2차 격리를 한 후에야 비로소 장티프스의 전파가 차단됐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피해를 입은 후 였다. 이 사례는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은 그 전파력이 무섭지만, 전염원만 철저히 차단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AI는 전염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전염대상(가금농장)은 이미 파악이 가능한 경우로, ‘장티푸스 메리’와는 정반대의 사례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전염대상인 가금농장만 전염원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한다면, 그 확산을 막을 수 있지 않나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염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고 무차별하게 방역하기보다는 보호대상인 가금농장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격리와 차단으로 전염원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아쉬움이 남는 방역관리라 아니할 수 없다. 피해 농가의 시름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 애달픈 수천만의 생명체에게도 부끄럽다. AI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진정되기를 바라며, 이런 문제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