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설 대목, 한숨 짓는 재래시장

2017년 01월 24일(화) 19:29

올해 설은 짧은 연휴에 경기도 불황인데 날씨마저 맹추위다. 명절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과 대형마트 경기도 예년 같지 않다. 기대했던 설 특수는 찾아보기 어렵고 여기저기서 한숨이다.

특히 재래시장의 근심이 깊다.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손님이 줄고 있는 마당에 청탁금지법과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물가 상승과 탄핵정국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방문객마저 뚝 끊겼다고 한다.

재래시장에서는 “이런 설은 처음”이라며 “설 특수가 아예 실종된 게 아니냐”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새어나온다. 한마디로 우울한 설 대목이다.

해마다 명절때면 되풀이되는 하소연이라고 흘려 듣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설 명절대목 부진은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탓이 크지만 무엇보다 제수용품 및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게 주요 원인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설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오른 게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설 성수품 및 생필품에 해당하는 28개 품목의 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평균 9.9%나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3%)에 비해 8배 가까운 수준이다.

가계소득은 뒷걸음질 치고만 있는데 되레 물가는 계속 뛰면서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당국의 물가관리가 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서민경제와 밀접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재래시장의 수익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우리의 부모나 이웃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그 수익은 다시 지역경제의 순환에 일조하게 된다.

이번 설에 재래시장들은 대형마트보다 20-30% 저렴한 상품을 선보이고, 청탁금지법에 맞춰 3만원권 온누리상품권도 발행해 더욱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재래시장을 한 번 찾으면 지역경제는 그만큼 윤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