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석의 경제포커스] 트럼프 정책…광주 일자리도 영향? |
| 2017년 02월 12일(일) 19:0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미국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해왔다. 미국 국민의 고용을 증대하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의 이 조치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세계 무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 보호무역주의에서 출발했다. 미국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천혜의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을 융성시켰고, 그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 살 수 있었다. 자원이 빈약한 나라들은 끊임없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로 선진국에 첨단제품을 수출하여 국가의 부를 창출해야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우리나라 역시 1970년대 산업화정책이후부터 상품을 해외에 수출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온 전통적인 무역국가다.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그나마 무역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의식주와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해왔다. 1960년대 후반 우리 어머니들이 애지중지 가꿔 오던 댕기머리를 잘라서 가발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해 돈을 벌었던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그런 노력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열손가락에 꼽히는 무역국가로 성장시켰고, 지금은 연간 수출입 규모가 1조 달러(약 1천200조원)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무역규모가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보호무역주의는 당사국간의 자유로운 협약에 의해 교역의 룰을 정하는 자유무역으로 변모해왔다. 어떤 제품이 값 싸고 질이 좋은 경우에는 상호 교역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경제이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무역 질서는 여러 나라가 합의하여 새로운 무역 질서를 유지하면서 거래하는 다자간 무역으로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교역 상대국끼리만 거래를 규정하는 양자간 무역형태로 발전해 무역 당사국의 상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언론에 늘 보도되는 한·미 FTA, 한·중FTA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러한 세계자유무역주의의 흐름을 거슬리는 조치다. 세계의 무역환경이 요동을 칠만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함정이 있다. 당장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제품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여 결국은 미국 소비자의 가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유로운 국제교역 덕분에 1달러로 살 수 있었던 생필품을 몇 배 높은 가격을 주고 사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들은 중국에서 수입한 값싼 일상생활용품 덕분에 상대적으로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자유무역의 결과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고수할수록 자유무역질서가 교란되고 결국은 미국의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우선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가전산업 등 그동안 우리나라, 일본, 독일 등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분야에 보호무역의 장벽을 치려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관세장벽을 넘기 위해서 미국과 무관세 협정이 체결된 멕시코에 투자해 운영을 하고 있음에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관세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업들은 미국 역내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선택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 자동차는 향후 5년간 31억 달러(약 3조5천억)를 미국 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공장을 갖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생산기지인 광주에 이 불통이 튀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혁신과 신기술 혁명, 비용 절감 등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기본적인 경영의 철학으로 돌아가 대안을 마련해야할 때다.
/광주U대회 사무총장·(전 광주시 경제부시장)